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미국은 군사작전 하듯이 사드를 성주에 반입했다. 주민들이 ‘결사반대’ 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한국 경찰의 호위 속에 사드를 반입했다. 주민들은 계엄령 상황으로 느꼈다고 한다. 12명이 다쳤다. 80대 노인들이 많았다. 병원에 실려 간 사람이 여럿이고 갈비뼈와 손목 골절상을 입은 사람도 있고 군홧발에 짓밟힌 사람도 있다. 미국은 사드 배치로 피해를 볼 주민들, 사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는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강요하는 과정을 보면서 미국은 우리에게 과연 우방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국은 대통령 부재 상태고 권한대행이 역할을 대신하는 불안정한 상태다. 대통령 선거가 한참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이 준비되는 시기이다. 50일 전에 사드 장비를 도둑처럼 들여오더니 이번에도 도둑처럼 한밤중에 사드 장비를 들여오는 무리수를 강행했다. 사람들까지 다치게 하면서 말이다. 한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자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으로 비겁하고 얍삽한 행동이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높인다. 이외에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군사적 긴장 관계를 유발시킴으로써 경제적 우호 관계에도 손상을 가져온다.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요소다. 예를 들면, 오는 10월에 있을 ‘500억 달러 한중 통화스와프의 연장 협상’은 한국 경제에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지금처럼 사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 통화스와프 연장을 바랄 수 있을 것인가?  둘째, 북한 핵을 비롯한 안보 문제를 다자 틀 속에서 해결하기 힘들게 만들어 버린다.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것이다. 셋째, 한국의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상주, 김천 주민의 의견을 묵살함으로써 앞으로 유사한 행위가 반복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넷째,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짓밟힌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존심은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미국은 사드 배치로 한국이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자국 이익을 위해 한국에 사드를 강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은 한국의 처지나 한국 국민의 생각이나 한국의 법적 절차에 관심이 전혀 없다. 한국의 처지가 곤란하건 말건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하는 오만방자한 자세다. 한국 국민이 아무리 많이 반대해도, 지역 주민이 아무리 많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자세다. 한국의 법률도 무시한다.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처럼 행동할까.  

이 같은 미국의 행동은 대한민국 주권을 짓밟는 행위이다. 미국이 하는 행태를 보면 한국을 자신의 식민지로 알고 있는 듯하다. 한국 국민은 자기들의 졸병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고 주민들과 국민들이 반대함에도 일방적으로 배치를 강행할 수 있단 말인가. 

대선 후보들의 태도가 문제다. 김선동, 심상정, 윤홍식은 예외다. 안철수와 문재인의 태도가 큰 문제다. 특히 안철수의 사드관은 너무나 심각해서 여기서 말도 꺼내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사드 들여오는 데 일등공신이 안철수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결정됐다고 발표됐을 때 맨 먼저 국회비준과 ‘사드 국민투표’를 제안했던 사람이다. 무려 5개월 동안 같은 주장을 하다가 입장을 조금씩 바꾸더니 반기문이 불출마를 선언한 날 갑자기 “사드 배치를 뒤집는 건 국가 간 합의를 어기는 것”이라면서 말을 바꿔버렸다. 손바닥 뒤집듯 했다. 보수와 극우 표를 의식한 것이고 문재인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상황 변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욕 안 먹기 위해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은 쉬운 일’이라고 변명한다. 변명이 우아하긴 한데 몹시 씁쓸하다. 국민의당은 아직까지 당론 변경 절차를 밟지 않았다. 지난 24일 재석 의원들 39명 중 34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당론이 사실상 변경됐다고 말하고 있다. 서명과 당론은 다르다. 분명 당원인 안철수는 당론을 어겨 가면서 혼자서 사드배치 수용을 말하고 다녔으니 당도 안철수도 보통 이상한 게 아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입에 올리면 안 된다. 정당 민주주의부터 배워라. 

문재인은 사드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사드가 들어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가 만약 명확히 사드에 반대했다면 사드를 대선 전에 들여오는 건 쉽지 않았을 거다. 애매한 입장을 취하니까 미국과 미국 추종파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긴 것이다. 안철수보다 책임이 덜하지 않다. 그는 제1당의 대선 후보고 제일 지지도가 높은 대선 유력 주자였기 때문이다. 애매한 당론을 유지해 왔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책임이 크다. 

미국은 국회 동의 절차도 안 밟은 걸 알면서도 사드를 일방적으로 배치해서 한국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성주, 김천 주민은 물론 주권을 소중히 여기는 대한민국 국민은 앞으로 “미국은 우방인가?” 하고 두고두고 물을 것이다. 앞으로 한미동맹을 의문시 하는 국민 여론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사드를 강행한 행동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라. 그리고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드 설치 작업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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