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들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N서울타워에 위치한 아리수 음수대 주변을 맴돌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용자 적어 실효성 의문 제기
서울 근린공원 음수대 2곳 찾아
관광지임에도 사용자 손에 꼽아
“애완견 목욕시키고 발 씻기도”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물을 쉽게 마실 수 있게 설치된 아리수 음수대에서 일부 시민들이 위생문제와 이용자가 적은 점 등을 이유로 음수대의 실효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26일 기자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설치된 음수대를 찾았다. 겉으로 보기에도 사용했던 흔적이 오래된 음수대는 최근 물을 튼 흔적이 없었다. 공원을 사용하는 시민들도 무심하게 음수대 곁을 지나갈 뿐이었다. 한낮의 공원에는 운동하러 나온 인근 학교의 학생들과 야외수업 나온 어린이들,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는 시민 등이 주를 이뤘다.

공원에서 만난 시민 황현희(23, 여, 서울 용산구)씨는 음수대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질색하며 “음수대는 관리가 필요한 불결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그가 음수대를 질색하는 이유는 음수대에서 경악했던 싫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황씨는 “얼마 전 공원에서 운동하고 음수대를 사용하려 했는데 음수대에서 애완견 목욕을 시키고 발을 씻는 사람을 봤다”면서 “그 광경을 본 뒤로 절대 음수대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광희(22, 남, 서울 용산구)씨도 맞장구를 치며 “왜 음수대를 시내, 공원 곳곳에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음수대에서 물먹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 거기서 물 먹는 사람이 있긴 한거냐”고 되물었다.

▲야생 조류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설치된 아리수 음수대의 수도꼭지 속에 부리를 집어넣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시간가량 지나니 이번에는 비둘기 무리가 음수대 물을 먹기 위해 수도꼭지에 부리를 집어넣고 있었다. 부리를 집어넣는 것이 익숙한지 사람이 곁에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도꼭지에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음수대를 자세히 보니 음수대 아래의 하수 공간에는 각종 쓰레기가 가득했고 겉으로 보아도 청소를 하거나 관리한 흔적이 없어보였다. 음수대는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였다. 그런 음수대에는 지난 3월 수질검사를 했다는 낡은 표시지만 달랑 붙어있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25개 자치구 근린공원 음수대 아리수를 대상으로 170항목에 대한 정밀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먹는 물로 ‘적합’ 판정이 났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서울시내 자치구 공원에 설치된 음수대에서 나오는 아리수는 모두 먹는 물로 문제가 없지만, 음수대를 이용해 물을 마시는 시민이 하루 평균 50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수대에서 음용 이외의 목적으로 애완견을 목욕시키거나 발을 씻는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서울 상수도사업본부는 직접 관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설치된 아리수 음수대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 상수도사업본부 시설안전부 관계자는 “상수도사업본부는 아리수 음수대의 수질에 대한 조사와 음용 가능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며 “음수대는 공원조성계획에 의해 설치됐기 때문에 세세한 관리는 공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리수 음수대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문제가 아닌 관리 위생문제를 꼽았다. 

효창공원 관리사무실 관계자는 “공원을 자주 돌아다니면서 비위생적인 행위를 못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좀 더 관리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장소를 옮겨 서울 용산구 남산N서울타워를 찾았다. 서울의 랜드마크답게 이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이런 관광객을 배려해 음용이 가능한 아리수 음수대도 설치됐다.

음수대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기 위해 2시간가량 주위를 맴돌며 관찰했다. 관광지임에도 음수대 이용자는 저조했고 얼마 안 되는 이용자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50~60대의 고령자들이 대다수였다. 또 음용과 관계없이 음수대 너머의 배경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음수대 석판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몇몇 보일 뿐이었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은 20도 안팎으로 초여름 날씨를 보였지만, 음수대에서 직접 물을 마시는 사람은 드물었다. 음수대에서 손을 씻거나 손수건을 적셔 땀을 닦는 시민이 대다수였다.

음수대에서 물을 마시던 김광복(50대, 남, 서울 동작구)씨는 “먹어도 괜찮은 물이니 이곳에 설치해뒀지 않겠냐”면서 “수질 표시도 그렇고 맛이 이상하지도 않았다”고 대답했다.

음수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강하나(27, 여, 울산 삼산동)씨는 “일전에 다른사람이 음수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장면을 목격했다”면서 “수질이 괜찮을지라도 수도꼭지의 위생 상태와 이물질이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비둘기가 수도꼭지에 부리를 대고 있어 사람이 마시는 물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 염려된다”면서 “음수대 사용을 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생수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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