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인공지능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고도화된 과학문명의 발달이 무한경쟁에 적응하게끔 다양한 노력 또한 가속화 시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스펙 쌓기이다. 더 이상 취업 준비생이나 직장인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고학력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스펙을 쌓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조직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조직에서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개인의 전문성에다가 다양성까지 겸비하는 데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 거쳐야 할 관문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다양한 스펙을 쌓아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다양성을 기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맹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스펙을 쌓는데 있다. 스펙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거나 화려하지 않을 경우 마치 낙오자인 양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현상이 스펙만능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겠다. 다양한 스펙을 쌓아야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스펙 쌓기에 들이는 공에 비해 개인적, 사회·국가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스펙만능주의가 창궐하다시피 하다. 사회구조적 변화·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스펙만능주의는 조직의 슬림화를 부추긴다. 따라서 구성원 각자가 담당해야 할 몫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여러 사람이 담당해야 할 몫을 한 두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면 쉽게 한계에 직면할 것이며 적잖은 격무에 지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스펙만능주의가 장기적인 안목에서도 조직 발전의 촉매제가 되기에는 무리라고 본다.

과도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스펙을 쌓는 데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 다만 스펙을 마치 계급장을 다는 것처럼 여기는 풍토가 형성돼선 안 된다는데 방점을 두고자 한다. 현 시점에서 보면 각종 자격증이 난무하고 있으며 조직 구성원들은 피상적인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근원적인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실제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자격증은 활용도면에서 기대에 부응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격증을 방치한 채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정책의 뒷받침도 있어야 하겠지만 자격증 활용도에 대한 과장된 홍보도 자제해야 한다. 과거엔 자격증이라는 자체에 큰 점수를 주곤 했다. 그야말로 포장만 보고 상품을 판단했던 것이다. 그 결과 평가의 왜곡성이 얼마나 많았던가.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지나친 스펙에 의한 평가가 과연 적절한가. 평가의 타당성·신뢰성·정확성 면에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일례로 일본 도요타자동차회사의 경우를 보자. 직원 수 35만명에 이르는 도요타는 일본 자동차회사를 대표한다. 이 회사의 특징이라면 스펙에 구애받지 않고 구조적 문제를 개혁시켰다는 점이다. 놀라운 사실은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 부사장에 중졸 출신을 2명이나 발탁했으니 말이다. 기업의 운영과 발전에 간판이나 스펙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 준 대표적 사례다. 스펙만으로 인재를 등용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고 이를 발판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역량 있는 인재가 요구된다 하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