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결론 “좌파 패권세력 집권 저지 위해 모든 대책 강구”
한국당과 조건 없는 단일화 시사… 사실상 劉 후보사퇴 요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바른정당이 25일 자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참여하는 3자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하면서 대선 판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되고 있다.
바른정당은 전날 밤 유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열고 5시간에 걸친 심야 마라톤 회의 끝에 유 후보와 홍 후보, 안 후보 간 3자 단일화를 당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본선 레이스가 시작된 지 1주일 이상 지났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1강 구도의 대선판도가 변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의 지지율도 한 자릿수에서 정체된 만큼 3자 후보 단일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해보겠다는 것이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바른정당은 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면서도 “다만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바른정당은 그동안 한국당과의 단일화에 대해 친박(친박근혜) 청산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 등을 내걸었고, 유 후보는 홍 후보에 대해 “출마 자격이 없다”고 공격해 왔다. 그런데 해당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3자 단일화 카드를 먼저 꺼낸 점은 한국당과 조건 없는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백기투항’을 한 것이다.
바른정당이 특히 유 후보의 단일화 불가 입장에도 당 차원의 3자 단일화 제안을 결정한 것은 사실상 유 후보에 대한 ‘후보 사퇴’ 요구로도 볼 수 있다. 이날 의총에서 후보 단일화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던 유 후보는 당 차원의 3자 후보 단일화 제안에는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단일화 자체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유 후보가 “지켜보겠다”며 당내 거센 요구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바른정당의 결정으로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단일화’ 카드가 수면에 뜨긴 했지만, 넘어야 할 난관은 적지 않다. 우선 단일화 당사자인 홍 후보와 안 후보가 3자 단일화에 응할지 미지수다. 안 후보는 자강론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고, 홍 후보도 유 후보와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홍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유 후보가 이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장담하긴 어렵다.
유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당 차원의 3자 단일화 추진과는 상관없이 독자 완주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