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질본 감사 결과 발표
“수두 진료 병원 중 81% 미신고”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의료당국에 감염병 진단 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의료기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의료당국의 소홀한 관리와 솜방망이 처벌로는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질병관리본부(질본)를 대상으로 기관운영 감사를 실시한 결과 수두 및 볼거리 진단 신고를 누락한 의료기관(1584곳) 등 모두 8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제1~4군 감염병의 확진 또는 의심환자나 병원체 보유자를 진단할 경우 지체 없이 질본이나 보건소, 지방자치단체 등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일부 의료기관은 전염병 진단 사실로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가 운영에 지장을 받거나 환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신고를 지연시키고 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감사원이 제2군 감염병인 수두 진료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서울 소재 1499개 의료기관 중 1221개(81.5%) 의료기관이 수두 진단 신고를 일부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단 한 건의 감염병 진단 신고를 하지 않은 곳도 893개나 됐다.

같은 기간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의 경우에도 요양급여로 청구한 824개 의료기관 중 566개(68.7%) 의료기관이 감염병 진단 신고를 한 건도 하지 않는 등 656개(79.6%) 의료기관이 신고를 전부 또는 일부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2006년부터 전국 주요 종합병원과 대학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의료 관련 감염감시를 질본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의료기관들의 감염병 환자 진단 신고율이 낮은 것은 당국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낮은 처벌 수위도 한몫했다. 감염병 진단 신고의무 위반에 대한 벌금도 200만원 이하로 낮은 수준이라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이 2013년∼2016년 감염병 신고의무를 위반해 고발된 사건 97건을 조사한 결과 기소유예가 36건(37.1%)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을 받더라도 100만원 미만에 그치는 비율도 67.5%에 달했다.

감사원은 질본에 표본점검을 통해 수두 및 볼거리 진단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난 1584개 의료기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건강보험공단의 요양·의료급여 자료와 감염병 진단 신고 내역을 비교해 감염병 신고를 철저히 관리·감독하라고 통보했다.

보건복지부에는 감염병 진단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 벌칙규정을 강화할 것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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