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다큐멘터리 영화 ‘고려아리랑 천산의디바’ 스틸 컷 (제공: 시네마달)

방타마라·이함덕의 경이로운 무대 조명
음악 다큐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우리는 곳곳에 다니면서 부끄러운 적 없는 공연을 했어요.”

“그녀는 항상 무대에 가장 마지막으로 나왔어요. 그녀의 공연 이후에 다른 가수들은 인기가 없었으니까요.”

전문가들은 19세기 말 이미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한민족의 거주공간을 마련한 개척자들로 ‘고려인’을 소개한다. 가장 오래된 한민족 해외이주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로 평가한다. 또 일본에 저항하며 독립운동을 선도하고 소련에서 소수민족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구가했다고도 말한다. 1937년의 정치탄압과 강제이주를 겪었던 다수의 고려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지 국가에서 안정적인 터전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고도 평가한다. 소련 해체 이후에는 고려인들의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와 함께 동족으로서의 자부심 또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 음악다큐멘터리 영화 ‘고려아리랑 천산의디바’ 스틸 컷 (제공: 시네마달)

그러나 한마디 이들의 삶을 평가하기엔 그들의 삶은 너무 고됐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즈스탄, 모스크바…. 곳곳으로 흩어진 이들이 실제 경험한 현실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이들에게 ‘고려극장’이 찾아오는 날은 모처럼만에 만나는 잔칫날이었다. 그들은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만난 듯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러시아인 어머니, 고려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랑 받았던 ‘방 타마라’,

100여 가지의 배역을 소화했던 무대의 여왕 ‘이함덕’ 그들은 모든 것을 상실한 이들에게 노래와 가무로 위로를 줬다. 시베리아 벌판을 무대 삼아 한인들의 한을 달래준 두 디바의 삶이 다큐멘터리로 다가온다. 이들의 드라마틱한 삶은 예술로 승화해 음악영화로 제작됐다. 이들은 중앙아시아의 ‘메르세데스 소사’로 불렸다.
 

▲ 음악다큐멘터리 영화 ‘고려아리랑 천산의디바’ 스틸 컷 (제공: 시네마달)
▲ 음악다큐멘터리 영화 ‘고려아리랑 천산의디바’ 스틸 컷 (제공: 시네마달)

 

메르세데스 소사는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목소리(voice of the voiceless)’라는 별칭을 가진 아르헨티나의 민중 가수다. 그는 경제 및 정치적 정의를 위한 투쟁을 대변했다. 소사는 1960년대 누에바칸시온(nueva cancion) 운동을 펼친 대표적 인물로 전통 음악을 통해 정치 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출했다. 힘 있고 극적인 알토 목소리를 지닌 소사는 다른 사람이 작곡한 곡을 뛰어난 해석으로 노래했다. 1976년 군부가 권력을 차지한 후, 1979년에 공연 도중 자신의 악단 및 많은 청중들과 함께 체포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추방당한 소사는 1982년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라틴그래미상 민요 앨범상을 수상했다. 사람들은 방타마라와 이함덕을 메르세데스 소사에 빗댔다.

특히 고려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방 타마라(1942~)는 ‘하늘로부터 재능을 내려받은 가수’로 불리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가수다. 최근 공개된 뮤직예고편에는 그간 어디에서도 공개된 적 없었던 방 타마라의 ‘Дождь идет(비가 쏟아진다)’ 라이브 무대가 고스란히 담겨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 깊은 음색, 애잔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모습은 4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강렬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가족의 역사가 슬펐지만 이 역사 속에서 강해졌어요.”

“저는 스스로를 ‘랜드로바’라고 불러요. 곳곳을 다닐 수 있는 차라는 뜻이죠. 곳곳에 다니면서 스스로 부끄러운 적 없는 공연을 했어요.”

방 타마라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뛰어넘어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던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던 강인한 여성이었다.
 

▲ 음악다큐멘터리 영화 ‘고려아리랑 천산의디바’ 스틸 컷 (제공: 시네마달)

최근 공개된 영화의 스틸 사진들은 영화의 주요 무대인 카자흐스탄의 매혹적인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척박하고 메마른 회색빛 대지 위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무런 연고도 없이 중앙아시아로 오게 된 고려인들의 한 숨을 담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은 역설적으로 강제이주 이후 모든 것을 상실한 채 허허벌판에서 삶을 꾸려야 했던 고려인들의 아픔과 대비돼 가슴 먹먹한 아픔을 자아낸다. 애환의 세월을 담은 고려인 노인의 얼굴에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아픔이 배어나왔다.

이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정착을 하게 된 2·3세대는 이제는 유라시아의 일부였다. 또한 80여 년의 오랜 기간 동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고려극장’의 현재 풍경, 과거를 회상하며 노래를 이어가는 고려인 가수의 모습까지 담아내고 있다.

방타마라와 이함덕이 출연하는 음악 다큐멘터리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Sound of Nomad: Koryo Arirang, 감독 김소영)’는 내달 25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 음악다큐멘터리 영화 ‘고려아리랑 천산의디바’ 포스터. (제공: 시네마달)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