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만탑산의 높이는 2200m로 전부 화강암으로 구성돼 최적의 핵실험 장소가 되고 있다. 과연 이 무명의 산이 김정은 정권의 무덤이 될지, 아니면 6차 핵실험을 성공해 북한을 비공식 ‘핵보유 국가’로 만들어 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감을 확보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칼빈슨호를 회항해 북한군 창설 85주년이 되는 4월 25일에 동해상에 전개하면서 대북 압박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가 하면 중국의 시진핑 주석 역시 평양 정권에 대해 군사적 옵션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압박으로 북한 국경으로 수 개 군단을 진주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여전히 입으로는 거칠고 사나운 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은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리지 않는 한 자신들도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은 조선의 전략적 지위를 바로 보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지난 시기처럼 탁상공론으로만 끝나는 대화, 반(反)공화국 압살에 도용되는 대화는 백번, 천번 해도 필요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논평은 1994년 제네바 북미기본합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도 미국이 파기했다며 “정말로 신의 없는 불량배 국가, 진짜 협잡꾼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 대화 실패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미는 것은 우리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제재 압박과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 저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제재가 ‘적대 행위’ 단계를 벗어나 ‘전면전쟁’에 이르고 있다며 “적대세력의 침략에 정의의 성전으로 대답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정정당당한 권리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의 이 의지를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처럼 겉으로는 허장성세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간단해 보이질 않는다. 지난 4.15 열병식에 공군이 참가하지 못하는 희대의 ‘빈곤 열병식’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평양시 내 주유소들이 휘발유 판매를 중단하는 등 ‘최후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 평양 시내의 휘발유 공급이 제한되면서 기름 값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심한 경우 문을 닫는 주유소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2일 AP 통신을 인용 “평양 시내 휘발유 공급이 제한되면서 영업을 하는 주유소마다 기름을 확보하려는 자동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유류 공급 제한조치는 지난 4.15 열병식 직후인 19일부터 시작됐으며, 이에 평양의 일부 주유소는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관계자의 차량에만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북한의 주유소는 정부 산하 국영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유류 공급은 전적으로 정부에 의해 통제된다. AP 기자가 방문한 평양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1㎏당 1달러 25센트로 이전 70~80센트보다 크게 올랐다. 그러나 유류 공급 제한 원인이나 지속 기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은 유류 공급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목적으로 국제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대북 석유 수출 제한과 관련 중국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고 전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2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당국의 공식 발표를 참고하라고 답변했다. 중국 상무부 역시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과연 중국이 벌써 북한에 대한 원유송유관 밸브에 손을 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 대중 비난의 포문을 연 것을 보면 송유관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중국 단동과 북한 신의주 사이에는 30㎞짜리 송유관이 깔려 있다. 이 송유관을 통해 중국은 북한에 연간 50만톤 정도 원유를 보내고 있다. 북한의 한 해 소비량이 연간 50만톤에서 55만톤 정도니까 100% 가까이 북한은 이 송유관에 의존하고 있다. 이란 압박 때문인지 최근 북한은 중국과 미국을 동시에 위협하고 나섰다. 22일 조선중앙통신은 주변국을 거론하며 그들이 경제 제재에 매달린다면, 북한과의 관계에 미칠 ‘파국적 결과’를 각오하라고 위협했다. 파국은 김정은이 자초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4.25를 전후하여 6차 핵실험의 단추를 누른다면 바로 그것이 파국이다. 김정은이여, 죽음의 강에서 돌아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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