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종단협의회, 정부에 석가탄신일 명칭개정 공식 요청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석가탄신일은 이제 그만 ‘부처님오신날’로 부르게 해주세요.”

불교계를 대표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국가공휴일인 ‘석가탄신일’을 ‘부처님오신날’로 개정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종단협의회는 최근 인사혁신처에 공문을 보내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석가탄신일’로 정해진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불교계가 이같이 요청하는 이유는 교계의 통일된 명칭이고, 한글화라는 시대적 변화에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엄밀히 말해 ‘석가’라는 명칭은 부처가 탄생할 당시 북인도에 살고 있던 ‘샤키아’라 불리는 한 부족의 명칭을 한자로 발음한 것이므로, 부처님을 지칭하는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석가탄신일 지정도 순탄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교계가 원하지 않은 명칭이었다.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후 불교계는 1963년 ‘부처님 탄일 공휴일 지정 대정부 건의서’를 정부에 공식 제출했다. 법적 소송과 스님·불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끝에 정부는 1975년 1월 14일 ‘석가탄신일’이란 명칭으로 공휴일을 공포했다.

불교계는 1972년부터 공휴일 명칭을 ‘석가탄신일’이 아닌 ‘부처님오신날’로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었다. 하지만 당시 시대적 흐름이 한글보다는 한자 사용이 대세였다. 정부는 기독교의 예수님 탄신일도 성탄절이 아닌 ‘기독탄신일’ 명칭으로 공휴일(1949년)을 지정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기독교인들(개신교, 천주교)은 성탄절 또는 크리스마스로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고 있는 반면 불교인은 아직까지 ‘사월초파일’ 또는 ‘초파일’로 부르고, 사찰 달력에도 ‘석가탄신일’ ‘석탄일’로 표기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들어서야 불교계 주요 종단이 ‘부처님오신날’ 명칭을 쓰면서, 교계 언론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불교계의 부처님오신날 명칭 개정 요청은 처음이다. 국가공휴일 명칭 개정은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 인사혁신처와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등은 실무 협의를 거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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