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바티칸에서 추기경 회의를 주재한 프란치스코 교. (출처: 연합뉴스)

교황, 내달 13일 포르투갈 시성식 주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00년 전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목격한 세 명의 목동 중 남매가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된다.

20일(현지시간)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달 13일 파티마 순방 길에 프란시스쿠와 자신타 마르투 남매의 시성식을 주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날 추기경 회의를 소집해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일인 내달 13일에 두 목동을 시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교황은 내달 12∼13일 포르투갈 파티마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시성(諡聖, canonization)이란 가톨릭에서 순교자 또는 성덕이 높은 죽은 이를 성인의 품위에 올려 전 세계 교회가 그를 성인으로 공경하도록 교황이 공적으로 선포하는 행위를 뜻한다. 시성이 되면 그의 이름은 미사 경본(기도문과 예식 순서를 기록한 책)이나 전례 기도문에 삽입되고 세계 교회의 전례력에 축일이 도입된다. 교회의 공적 기도에서 그에게 탄원하거나 교회를 봉헌할 수 있게 된다. 또 성체 행렬에서 그 유해를 공경하고 성화상을 그릴 때 천국의 영광스런 빛을 가진 인물로 묘사할 수도 있다. 가톨릭 신자는 그 이름을 세레명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파티마 성모 발현과 3가지 예언

파티마의 성모 발현은 1917년 5월 13일 포르투갈에서 가장 빈촌이었던 파티마에서 양치는 일을 하던 루시아(10)와 프란시스쿠(9), 자신타 마르투(7, 히야친타) 앞에 밝게 빛나는 여인의 형상이 나타났다. 여인은 자신이 묵주의 성모이며 앞으로 다섯 번 더, 매월 13일에 나타나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10월 13일까지 성모를 목격한 사람은 7만여명에 이르렀으며 마지막 성모 발현일인 10월 13일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태양이 빙글빙글 도는 등의 현상을 목격했다.

세 남매는 마리아로부터 3가지의 중요한 예언을 듣게 된다. 이들이 전달한 계시(예언)는 지옥과 1·2차 세계대전과 1981년 발생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암살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프란시스쿠는 1919년 4월 당시 유행했던 독감으로 10살에 죽었고, 히야친타도 9살이던 1920년 2월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남매의 시복시성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어린 나이에 순교가 아닌 병으로 죽은 탓에 이들의 영웅적 성덕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79년 시복시성 추진을 허용했고, 1989년 이들을 가경자로 선포했다. 마침내 2000년 5월 13일 남매는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시복됐다.

파티마의 세 가지 비밀을 쓴 루시아만 성년이 돼 가르멜회에 입회했다. 포르투갈 주교회의는 1929년 수녀가 된 뒤 2005년 97세를 일기로 선종한 사촌 루시아에 대한 시복 절차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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