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플라워’ 스틸 (제공:㈜모멘텀엔터테인먼트)

꽃 하나로 바뀐 평범한 이들 일상
큰 굴곡 없이 묵묵히 감동 전달

폐경 이후 찾아온 뜻밖의 선물
한 여성에게 위로와 응원 보내

추상적 감정 끝에 등장하는 꽃
등장인물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남녀노소 막론하고 누구든지 꽃을 선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꽃으로 사랑을 고백하기도하고, 존경을 표하기도, 고인의 명복을 빌 때도 쓰인다.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기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한다. 그만큼 꽃이 가진 기능성은 무한대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낀 한 여성에게 매주 꽃이 배달된다면 어떨까. 영화 ‘플라워(감독 욘 가라뇨·호세 마리 고에나가)’는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보내온 꽃다발로 인해 단조로운 일상에 놀라운 변화를 맞는 중년 여인 ‘아네(나고레 아란부루 분)’와 꽃다발을 둘러싼 인물들의 사연을 그려낸 매혹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병원에서 폐경 진단을 받은 ‘아네’가 침울해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50대 여성들에게 반드시 찾아오는 폐경. ‘아네’는 자신의 폐경사실이 우울하기만 하다. 남편은 이런 ‘아네’를 위로하기는커녕 텔레비전만 시청하고 있다.

▲ 영화 ‘플라워’ 스틸 (제공:㈜모멘텀엔터테인먼트)

공사현장 사무실에서 일하는 ‘아네’는 달라진 것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퇴근한다. 그때 집에 있는 ‘아네’ 앞으로 꽃 한 다발이 배달된다. 편지나 메모 없이 배달된 꽃다발. ‘아네’는 남편의 선물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꽃다발은 남편이 보낸 것이 아니었다. 이후 꽃다발은 매주 목요일 같은 시간에 배달된다.

‘아네’는 누가 보냈는지 모를 꽃에 물을 주고 다듬는 등 애정을 쏟는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서 보낸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기분이 좋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꽃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아네’는 버스에서 우연히 눈빛을 마주친 남자를 곁눈질해서 보지만 남자는 이내 고개를 돌린다.

남편은 꽃이 불편하기만 하다. 누군가가 어떠한 의도로 줬는지도 모를뿐더러 자신의 아내가 꽃을 받고 은근 즐거워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무렵 아내는 직장에서 남편이 준 목걸이를 잃어버린다. 이내 남편은 꽃을 치우라고 아내에게 화를 내고 만다.

직장 동료 ‘베냐트’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아네’는 비슷한 시기에 꽃 배달이 끊기자 지금까지 자신에게 꽃을 선물한 사람이 ‘베냐트’라고 생각한다. 이후 그를 추모하며 역으로 꽃 배달을 시작한다.

▲ 영화 ‘플라워’ 스틸 (제공:㈜모멘텀엔터테인먼트)

스페인 감독 욘 가라뇨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플라워’는 ‘제62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제26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영화제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 에스페인 영화를 대표해 출품되는 쾌거로 “역사상 최고의 바스크 영화(hollywood reporter)!”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꽃을 중심으로 두고 다양한 감정이 오고 간다. 먼저 ‘아네’와 ‘베냐트’에겐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지만 불륜이나 사랑은 아니다. 꽃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상대방을 위로한다. 말이나 편지 없이도 여러 의미를 꽃에 담아 전한다. 꽃을 받게 된 ‘아네’는 어떠한 행동도,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 그저 묵묵히 건네는 응원을 가슴으로 받고 지루한 일상 생활에서 활력을 되찾을 뿐이다.

오랜만에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하고, 괜히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한다. 당사자들에게는 따뜻한 추억이지만 주위 사람들에겐 아니다. ‘아네’의 남편과 ‘베냐트’의 아내 ‘루르데스’에겐 질투의 대상이며, 이로 인해상처 받는다. 의도치 않은 꽃의 행방에 둘은 꽃이 악의적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되묻는다. “꽃이요?” ‘플라워’에선 배우들의 감정선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아네’와 남편 간의 감정, ‘배냐트’와 ‘루르데스’ 간의 감정 등 이들의 감정은 추상적이다. 단 그 감정 끝에는 항상 꽃이 함께 하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연결된 모든 등장 인물은 자신과 주위를 돌아본다.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본다. 영화는 꽃이라는 사물을 통해 큰 기복 없이 묵묵히 마음을 전한다. ‘당신의 인생을 바꿀 꽃을 드립니다’라는 예고편처럼 꽃다발 하나로 이들의 평범한 일상이 커다란 반항을 시작한다. 영화는 지난 6일 개봉돼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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