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DB

이재용 부회장 5차 공판기일
일성신약 대표 증언 공개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핵심주주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요구했다는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에 대해 특검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처라고 주장했지만, 삼성 측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일 뿐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이 조서에는 김 전 팀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이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조사한 내용이 담겨있다. 합병 당시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주식 330만주를 보유한 상태였다.

김 전 팀장의 조서에 따르면 윤 대표는 “김종중 팀장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이 빨리 승계를 하려 하는데 상속을 통해 승계하면 상속세로 재산의 반이 날아간다’며 이번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있어 아주 중요하고,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사실상 그룹 내 지주회사가 된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팀장은 이에 대해 “제 사고 구조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순환출자 금지 때문에 다른 계열사가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건강을 볼모 삼아 합병 찬성을 권유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한 윤 대표는 특검에서 “김종중 팀장이 ‘합병 재추진은 창피해서 못한다. 이번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평가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탐장은 “그 이야기한 건 맞다. 제가 볼 때 이 부회장의 판단 능력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그런 이야길 했다”며 “합병 불발 시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상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김 전 팀장으로부터 “일성신약이 합병에 찬성해주면 별도로 개인적인 보상을 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전 팀장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며 “통합 삼성물산의 주주로 남아주면 상생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 같은 진술 내용을 토대로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두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고 승계와는 무관하다”며 “당시 엘리엇이 등장해 삼성그룹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 지원한 것이며 진행 과정에서 위법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일성신약 대표의 특검 진술 내용에 대해선 “삼성과 민사소송 중에 있었으므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허위진술할 수 있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일성신약 측이 낸 합병 무효 확인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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