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재훈 작가 작품 (제공: 류가헌 갤러리)

시선·표현방식 다채로워
류가헌 갤러리서 전시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순한 촛불 하나를 어두운 밤 보탠다’. 송경동의 시 ‘촛불 연대기’의 마지막 구절이다. 지난 2016년 10월 29일 첫 번째 촛불집회부터 19번의 촛불 집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 ‘순한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거리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쳤다.

하나의 촛불로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그날의 시간들이 지워지지 않을 풍경으로 각인될 때, 사진은 그것을 기록했다. 개개인의 기억으로 또한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장면으로 남을 그날의 시간들을 사진가들이 빛의 예술이라는 사진으로 기록했다.

사진가 14인의 ‘촛불항쟁’ 현장을 기록한 ‘촛불의 구술사(口述史)’ 사진전이 지난달 28일 오픈해 23일까지 류가헌 전시2관에서 열린다. 강재훈 김봉규 노순택 박종우 성남훈 성동훈 윤성희 이승훈 전민조 정택용 조문호 조진섭 최형락 홍진훤 등 신예 사진가부터 이름이 잘 알려진 다큐멘터리 사진가, 원로사진가, 사진기자 등 14명의 사진가가 함께 한 100여점의 사진들은 최초의 집회부터 2017년 3월 10일 대통령 탄핵인용에 이르기까지 장구하게 이어진 촛불의 시간들을 바로 눈앞인 양 펼쳐 보인다.

한 손으로는 목마 태운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치켜든 촛불, 기차처럼 늘어선 차벽, 자신의 촛불로 다른 이의 심지에 불을 붙여주는 손길, 눈물을 흘리는 여학생과 ‘너무 좋다, 박근혜 파면’의 신문 호외를 들고 뛰며 웃는 청년 등이 시선을 모은다.

촛불항쟁 현장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사진가들의 시선은 저마다의 변별성을 지닌다. 드론을 사용하지 않고 몸으로 찍은 이백만 촛불광장의 하이앵글, 만장일치로 탄핵이 인용된 순간 군중들의 환희와 눈물 등 기자의 직분을 가진 사진가들은 일반적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극적인 순간들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 최형락 작가 작품 (제공: 류가헌 갤러리)

프랑스에서 사진을 공부한 젊은 사진가의 프레임은 어떤 혼잡한 순간에도 미쟝센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그 균형 때문에 현장의 분노와 함성은 증폭된다. 바람 부는 광장과 거리에 촛불을 들고 선 군중들의 낯선 풍경을 더욱더 기이하게 구성한 사진가, 태극기와 성조기의 물결에 주목한 사진가,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한 예술인들과 함께 넉 달 보름동안 직접 풍찬노숙을 하며 ‘광화문 캠핑촌 예술행동’의 면면을 기록한 사진가까지, 14명 사진가의 시선은 물론 표현방식이 다채롭다.

한편 18일부터는 전시1관에서 박근혜 정부 4년과 촛불항쟁을 기록한 사진집 출간 기념 전시가 2주간 열린다.

▲ 김봉규 작가 작품 (제공: 류가헌 갤러리)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