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시위 후 첫 유혈충돌

(비슈케크=연합뉴스) 최근 정변 이후 과도정부가 들어선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지난 19일밤과 20일 새벽 사이 수도 비슈케크 교외 마을에서 토지문제로 민족간 유혈충돌이 발생, 5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했다.

현지통신인 '아키프레스'는 20일 키르기스족이 비슈케크 북쪽의 마예프카 마을에서 러시아인과 터키인들에게서 토지를 빼앗으려고 건물을 방화하고 총격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이 같은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여느 중앙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다민족 국가인 키르기스에서 이번에 발생한 민족간 유혈충돌은 이례적인 것이다. 이는 '권위주의적' 통치를 해오던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이 쫓겨난 후 로자 오툰바예바 과도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법치가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건으로 풀이된다.

과도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바키예프 지지자들이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고자 일으킨 것이라고 비난하고 이번 충돌 연루자들을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마예프카 마을에선 20일 경찰 수백명이 순찰활동을 벌였으며, 같은날 토지강탈을 지지하는 일단의 사람들은 비슈케크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반정부 시위로 축출된 바키예프는 지난 15일 인접국 카자흐스탄으로 피신한 뒤 공식 사임 발표를 했으나 아직 그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바키예프를 지지하는 키르기스 남부 지역민들은 그의 복권을 촉구하고 있지만 과도정부는 그의 형제와 친인척들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