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죄목은 뇌물 혐의 등 무려 18가지에 이른다. 이로써 지난해 가을부터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종지부를 찍고 법정에서 유·무죄가 가려지게 될 것이다.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꾀할 책무를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또 재판정에 선다는 자체가 국격(國格)을 무너뜨리고 국민에게는 부끄러움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헌정사를 들춰보면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국가지도자가 법정에서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은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경우가 세 번째이다. 22년 전 우리 국민은 전·노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선 장면을 보고서 전직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서 법의 심판을 받는 자체가 대한민국의 비극이라 여겼고,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에게도 상당한 수치임을 스스로 경험했던 것이다. 하여 앞으로는 그러한 불행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좋은 대통령 선출을 다짐했건만 또다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지켜봐야 하는 우리로서는 오늘의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장미대선이 끝나는 다음 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검찰 기소에서 적용된 혐의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제3자뇌물요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지만 그 가운데 총 592억원에 달하는 뇌물혐의에 대한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뇌물 혐의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은 “모르는 일로 누구를 봐주기 위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으며, 기업이 돈을 내는 행위는 재단 설립행위에 불과하고, 뇌물을 받을 주체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뇌물 수수는 어불성설”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같이 박 전 대통령이 기소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법정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고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재판 결과다. 지난번 헌재의 대통령 탄핵을 두고서도 일부 세력에서 무효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등 여론도 만만치가 않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여론재판이 아니라 ‘법률에 의한 재판’으로 모두가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판결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 말은 박 전 대통령 관련 혐의에 대해 엄정한 사법정의 실현으로 어느 것이 암까마귀고 수까마귀인지를 제대로 가려달라는 국민 당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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