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참석해 한기총-한교연 통합 선언서를 발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기총·한교연 통합 물꼬 트나
정치압력에 무릎꿇은 개혁총회
대선 전 통합은 절차상 미지수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 개신교계의 양대 보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통합 논의가 최근 들어 한국교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양 기관은 금권선거와 이단문제 등으로 갈라선 지 6년 만에 통합을 향해 달리고는 있지만,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결과는 미지수다.

최대 걸림돌은 세계복음화전도협회(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소속된 예장개혁총회의 한기총 회원권 정지 문제다. 통합의 열쇠를 사실상 류광수 목사가 쥐고 있는 모양새라, 류 목사 측에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12일 양 기관의 통합논의 기자회견 이후에도 한교연 측은 한기총에 ‘개혁총회를 떠나보내야 한다(회원권 박탈)’고 압박을 가했다.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점쳐진 가운데 17일 개신교계 복수의 인터넷언론을 통해 류 목사가 개혁총회와 한기총에 ‘교단 탈퇴서’를 전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

이날 교계 언론에 따르면 세계복음화전도협회(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전날 유럽집회 인도 차 출국하기 전 예장개혁총회에 교단 탈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총회 복수 관계자들은 “본인 뜻에 따라 관련 서류를 제출했으며,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가 됐으면 하는 뜻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도 탈퇴서류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교계 언론들은 보도했다.

류광수 목사가 속한 부산노회 서기 하계수 목사는 “류 목사의 탈퇴 소식을 전해 듣긴 했다”면서도 ‘탈퇴서류가 제출됐냐’는 질문에는 “노회에서 아직 받지 않았다. 총회에 제출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개혁총회 관계자는 “탈퇴는 노회의 몫이다. 아직 접수된 바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퇴 압력을 받아왔던 세계복음화전도협회는 올해 1월 9일 한기총에서 탈퇴한 바 있다. 지난 12일에도 류광수 목사는 한기총 앞으로 자필서명이 담긴 문서를 전달해 활동을 자제할 뜻을 내비쳤다. 류 목사는 “한국교회가 하나 됨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이를 위해 연합단체나 교단에서 활동을 자제하고, 오직 복음을 전하는 일에만 전념하기로 결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단문제로 발목 잡힌 통합논의

한기총과 한교연은 5월 대선 전까지 논의를 끝마치고 통합을 선언하기로 합의했다. 양 기관은 합의문에 ▲통합 세부사항과 절차는 양 기관의 통합추진위원장(한기총 엄기호 목사, 한교연 고시영 목사)에게 위임 ▲분열 전 7.7정관을 기본으로 하고 당시 가입된 교단 및 단체를 그대로 인정한다. (다만)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교단·단체는 재심해 받아들이는 내용을 골자로 해 ‘이단문제’ 시비를 잠재우기로 했다.

여기에 덧붙여 한교연 측은 7.7정관 이전 한기총의 분열을 초래했던 (류광수 목사를 받아들인) 개혁총회가 한기총의 정식 교단으로 가입된 점을 문제 삼고, 선(先) 탈퇴 후 통합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교연 통합추진위 서기 황인찬 목사는 12일 통합 선언식 후 기자들과 만나 “이단 문제(개혁총회 회원권 정지) 해결 없이는 어떤 통합 논의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교연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목사는 “활동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기총에서 떠나야 한다”며 자제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통합은 힘들 것임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교계 내 목소리는 빠른 시일 내에 통합이 성사되길 기대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와 한국교회언론회는 14일 논평을 내고 한기총·한교연의 조속한 통합을 요구했다.

한목협은 “역사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임의의 단체들이 공교회의 위치를 차지하지 않도록 하며 이단관련 단체와 인사들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운 통합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면서 “새로운 교회의 연합운동은 철저하게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공교회 중심의 연합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교회언론회도 “두 단체는 지난 6년간 헤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갈등과 간극을 완전 해소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 모든 것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 한국교회 연합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탈퇴’ 류광수 목사 이단성 인정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일단 류광수 목사가 개혁총회에 교단 탈퇴서를 제출해 양 기관 통합 논의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한교연 측이 이단성 문제를 걸고넘어져 마지못해 탈퇴서를 제출한 류 목사 측과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개혁총회 측 입장은 상당히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류 목사는 사실상 ‘이단사이비’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돼버리고, 개혁총회는 이단을 수용한 교단으로 낙인찍히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에서의 이단·사이비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더 이상 공교회 활동을 공개적으로 할 수 없다. 마녀사냥식 비판만 꼬리표처럼 뒤따른다.

한기총은 자체 검증시스템(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을 통해서도 다락방 류광수 목사의 이단성 문제를 드러내지 못했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류 목사가 스스로 기성교단의 교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교연 측은 자신들의 검증시스템(바른신앙수호위원회)에서 정죄한 이단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류 목사의 교단 탈퇴서를 예장개혁 노회 측도 확인 못했고, (노회·총회) 절차 또한 길다. 말로 일사천리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한기총 내 행정절차도 무시할 수 없다. 대선 전까지 통합을 선언한 양 기관은 20일 내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추진위원회 측의 물밑 대화가 대선 전까지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