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송범석 기자] 저자는 역사학이 갖는 정치무기로서의 잠재성과 폭발성이 핵물리만큼 위험하다고 말한다.

역사가 ‘밥’을 먹여준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남’의 이야기를 ‘우리’이야기에 접목시켜 밝은 교훈을 길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 분명 인도의 역사는 남의 이야기지만 우리 역사에 대입하면 비슷한 점이 수도 없이 도출된다.

인도 고대사에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저자는 인도의 역사를 통해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논하고 있다. 책은 흔히 인도하면 떠올리는 요가나 벨리댄스와 같은 낭만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현실 그대로의 인도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인도사의 왜곡된 진실과 그 결과를 분석하는 한편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인더스 문명에서 2002년 구자라트 사태에 이르기 까지 수천 년의 인도 역사를 파고들면서 한국의 현실을 되짚어 본다.

북부 인도에서 국가가 발생한 기원전 6세기, 아쇼까는 왕위에 오른 지 8년 만에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 때문에 10만 명이 죽고, 15만 명이 포로로 잡혔으며 그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이 실종되었고, 아쇼까는 이 전쟁에서 충격을 받아 법과 도리로 정복을 하겠다고 칙령을 공포한다.

이 사실만 보면 아쇼까를 평화주의자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냉철하게 'No'라고 말한다. 아쇼까는 간교했다. 권력을 잡기 위해 불살생을 앞세워 당시 기득권층이었던 브라만에게 제사를 금지토록 했던 것이다.

저자는 역사를 액면 그대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단언한다. 자기 주관대로 역사를 재단하다보면 진실의 귀퉁이에 밀려나 있는 거짓이라는 미끼에 걸려들 뿐이라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역사의 해석’에 방점을 찍으며 우리나라의 과거사를 오버랩시켜 간다. 아쇼까 사례를 통해 저자는 되묻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외쳤던 평화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그는 정말 평화주의자였을까?”

이처럼 책은 끊임없이 우리나라와 인도의 역사를 대비시키며 봉쇄당한 역사의식을 일깨운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우리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민족주의에 찌든 역사 인식, 국가주의에 함몰된 정세 판단 등을 씻겨준다.

이광수 지음 / 이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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