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듣기 좋은 꽃노래도 자주 들으면 싫증이 난다’는 말이 요즘에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시시때때로 터져 나오는 뉴스도 그렇고, 만나는 사람들이 입에 담는 정치이야기도 그렇다. 때가 때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야 없겠지만 들어보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뻔한 내용들이 재탕·삼탕되고 있으니 흥미가 없기 마련인데, 그래도 쉴 새 없이 주변에서 확장되고 있다. 어제는 대선후보가 13명이라더니, 오늘은 모 후보가 사퇴하지 않겠느냐 하는 식이다. 그 다음 말들은 들어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것들인데, 이미 기사화된 내용들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침저녁으로, 때로는 밤늦게까지 전달되는 뉴스를 등한시할 수 없겠지만 대선이 3주 정도 남았으니 어디를 가도 선거 이야기가 당연 화젯거리다.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SNS)에서 등장하는 내용들의 일부는 각색이 되고 변질돼 가짜뉴스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SNS상에서는 왜곡된 내용들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이 헷갈린다고 하는데 그 내용들이 마치 사실처럼 꾸며져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철이 되면 그런 가짜뉴스들 또는 후보자와 특정 정당의 이미지를 폄훼하는 내용들이 활개를 치기 마련이다. SNS상의 이런 악소문들이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관계로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올렸다가 지워버리는 등 교묘한 수법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쉽사리 단속망에 걸려들지 않는다. 비단 선거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해도 가짜뉴스의 폐해는 크다. 사회계층과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언젠가 신문을 펼쳐보니 가짜뉴스 항목 알아보기 내용이 들어있었다. 무슨 내용이 사실과 다른지 관심을 갖고 그 항목에 대해 OX로 직접 체크해봤는데 다행히도 여섯 개 문항 중에서 네 개를 맞췄다. 정답도 물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럴 것이다’ 이런 식이었지만 운이 좋은 결과라 하겠다. 맞추지 못한 내용도 정말 알쏭달쏭해서 이런 류의 내용들이 SNS에 떠돈다면 누구라도 믿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특히 대선을 맞이해 이념과 취향에 편승된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들이 판을 칠까 적이 걱정이 된다.

지인들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보면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를 지적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대체적인 말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집이 늘어나고 어린 아이들도 자신이 최고인 줄 아는 세상이 됐다며 요즘 세태 비판이다. 그러면서 “내 자식이 부모 말을 안 듣는 판에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자조 섞인 말들을 뱉어내는바, 그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따로 없다. 미풍양속(美風良俗)이 넘쳐났던 옛날이 그립기는 하지만, 자식만큼은 최고로 키우려는 젊은 부모세대가 만들어 낸 어린아이의 자기중심주의적 유아독존(唯我獨尊)을 탓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크게 변화를 했다. 국가·사회의 안정과 번영이 주요 이슈지만  그에 못잖게 개인의 자유 보장과 풍요로운 삶은 절대적 명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력이 개인적 사회생활의 동력이 되고, 자신과 가정의 행복을 우선 가치로 삼는 저출산시대의 사회화 현상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따지고 보면 이기주의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충효와 미풍양속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던 과거의 공동체사회와 단절 없이 학습효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개인적 이익과 사회 이익을 함께 이루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바야흐로 대선 시기가 닥쳤으니 어디서든 선거이야기가 꽃노래를 이룬다. 민주주의 삼권분립 중에서 정부 축이 무너져 비정상을 보이는 우리 현실에서 행정부 수반을 뽑아 정부를 정상적으로 운영되게 하는 것은 국가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건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건만 대의(大義)를 품을 정치가 일부 정치꾼들의 장난질에 의해 민의가 왜곡된 채로 꼼수정치에 놀아나거나 가짜뉴스에 의해 사실이 호도된다면 국가사회와 국민을 위해서도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거다. 정당이 그 본연의 의무처럼 국민의 건전한 정치의사를 형성해 각종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해야 함인데 오히려 국민이 정치에 불신을 갖도록 만들고 있으니 답답한 현실은 계속된다.

정치인들이 편을 가르고 가짜뉴스들이 범람하는 대선의 잘못된 풍향계가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보니 심지어 친구나 지인들끼리도 정치 취향이 달라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도 나돈다. 어느 곳에서는 친구끼리 선거이야기로 다투다가 상대방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와 유사한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회 공동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개인적 사익에 무게를 둔 이기주의가 지나쳐 나타나는 현상들이 아닐까? 인정이 메말라 가고 사회질서가 개인주의로 몸살을 앓는 세태는 불안하고 불행하다. 도대체 어디에서 무슨 문제로 이 지경에 다다랐는지 모두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분열되지 않고 ‘함께하면 더 좋은 세상’이라는 목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꽃노래로 울려난다면 오죽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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