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조에 다다른 북-미 간 대립이 심상치 않다. 북한이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의 방한에 맞춰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압박에 대한 무력시위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제6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자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해역으로 보내고, 미국의 독자적인 군사 행동까지 거론하면서 북한을 압박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진행된 태양절에 김정은은 핵실험 대신 대규모 열병식을 통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 안에 두는 ICBM은 미국 정부가 ‘게임 체인저(안보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무기)’로 여기는 무기다.

지난 태양절 열병식 축하연설에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전날 평양에서 가진 외신인터뷰를 통해 6차 핵실험이 언제든 가능한 상태라면서 최고지도부의 결심만 남은 상태라고도 했다. 과거 북한은 한반도 정세를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가는 ’벼랑끝 전술’을 써왔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무장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역대 최고강도의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태양절 직전에 트럼프 행정부는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을 골자로 한 대북 원칙을 수립했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와 한미일 중심의 독자적 대북 제재에 더해 중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을 유도하는 한편, 대북 군사 행동도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것이 골자로 추정된다.

사실상 중국이 원유 등 전쟁 물자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무력도발은 현실성이 없다. 이를 아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중국에 당근과 채찍을 가하며 대북 압박에 동조하도록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만큼이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정은을 마주한 한반도 안보상황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위기상황에 최고지도자마저 없는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무기력해 보인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굳건하고 우리의 군사력도 만만치 않다. 중국도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이런 정세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처럼 지속적으로 무모한 ‘벼랑 끝 전술’을 펼친다면 이번엔 정말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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