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현된 유해발굴현장을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6.25전사자 유해발굴 특별전]
13만명 유해 산하에 남아
빚 갚기 위해 유해발굴 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아버지는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서 나라의 부름을 받았어요. 제가 태어난 지 100일 후 휴가를 오셨는데, 저를 세 번 안아보시고 부대로 복귀하셨죠. 그리고 소식이 없어요. 그 후에 전사통지서가 집으로 날아왔어요.”

고(故) 강태조 일병의 딸 강춘자씨는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6.25전쟁 당시 전사한 강 일병. 강씨는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봄이 되면 나뭇잎은 푸릇푸릇 피는데, 왜 우리 아버지는 살아 돌아오지 못할까’하고 생각도 많이 했어요. ‘아버지랑 어머니가 대문을 열고 함께 들어오시면 어떤 느낌일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죠.”

그래도 지금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건, 국방부를 통해 아버지의 유해를 찾은 후 대전현충원에 안치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유해가 집에 온 날을 어떻게 잊겠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전쟁터에서 눈 감은 아버지를 찾아주신 국방부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 6.25전사자들의 유품을 보고 있는 유가족들. ⓒ천지일보(뉴스천지)

11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의 공동기획적인 ‘67년만의 귀향’에 온 유가족들은 전시된 전사자들의 유품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전투화에서부터 탄통, 식기, 지갑 등 다양한 유품은 제 주인을 증명하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유품이 가족에게 전해지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6.25 전쟁의 아픔… 유해 발굴 시작

1950년 북한의 기습적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 수많은 젊은이가 참전했고, 그 중 16만 3000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이 희생됐다. 전쟁 중 2만 9000여명의 유해가 수습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13만 3000명의 유해가 우리 산하에 남겨졌다. 나라의 부름을 받은 아버지, 형제. 전쟁터로 나간 이들은 산화한 후에 이름만 돌아오게 됐다.

▲ 대동강을 건너는 피난민의 모습이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남은 가족의 가슴엔 깊은 응어리가 졌다. 전쟁의 아픔은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의 헤어짐이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해를 찾고 신원을 확인하는 일이 시작됐다. 2007년에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름 모를 산하에 남겨진 전우를 하나 둘씩 찾아 나섰다. 나라를 위한 그들의 희생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서다. 1990년대까지 6.25전쟁사의 편찬사업이 진행되면서, 각 전투지역의 정보가 수집됐다. 전사자 유해가 묻힌 지역에 대한 증언을 할수 있는 참전용사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발굴사업 필요성이 제기됐다.

▲ 6.25전사자 유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사자를 찾아서

2000년 6.25전쟁 50년 기념사업으로 육군이 유해발굴사업을 경상북도 칠곡군 다부동에서 시작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국립서울현충원의 위패, 묘비를 분석하고 참전 용사들의 제보와 증언, 그리고 전쟁사료 상에 나타나는 주요 격전지를 정리하고, 현장을 조사해 전사자 유해소재 분석지도를 만들었다.

또 발굴된 유해와 유가족의 친족관계를 비교하기 위해 유가족 유전자(DNA)정보를 수집했다. 오랫동안 소식을 잃었던 이들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가족에게 돌아갔다. 작은 함에 담긴 전사자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유품은 전사자들의 목소리를 대신전하는 소중한 존재였다. 이렇게 가족에게 돌아가 보관돼 있던 유품은 6월 11일까지 ‘67년만의 귀향’ 전(展)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김용직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은 “우리는 6.25전쟁에 참가한 군인이 얼마였는지, 국토가 얼마만큼 파괴됐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지를 알고 있지만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며 “그 속에 담겨져 있을 수많은 아픈 이야기가 나에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특별전을 통해 전사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6.25전쟁의 역사를 펼쳐보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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