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참석해 한기총-한교연 통합 선언서를 발표했다.ⓒ천지일보(뉴스천지)

“통합은 명령이자 사명이다”
한기총 “류광수측 활동 자제”
한교연 “개혁총회 즉각 탈퇴”
통합의 열쇠쥔 류 목사 선택?

[천지일보=박준성·박완희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분열 6년 만에 통합을 향해 또다시 걸음을 뗐다. 양 기관은 오는 5월 9일 대통령선거 전까지 통합완성을 선언키로 했다. 다만 한교연 측은 통합의 걸림돌이 됐던 한기총 내 소위 ‘이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통합이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좀 더 들여다보면 교계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가 따로 있다.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의 열쇠를 쥔 사람이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 다락방 류광수 목사라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한기총(대표회장 이영훈)과 한교연(대표회장 정서영)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통합선언서를 발표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한기총·한교연 통합 선언서를 통해 “오늘의 한국기독교는 사분오열로 인해 사회의 지탄을 받으며 염려 거리가 돼 버렸다”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분열을 불식하고 준엄한 명령과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고자, 한기총과 한교연은 하나님과 교회 앞에 하나로 통합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는 “교회의 하나 됨은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이자 시대적 요청”이라며 “양 기관이 하나되는 것은 복음주의적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의미하는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왼쪽)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참석해 한기총-한교연 통합 선언서를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통합 최대 걸림돌은 ‘류광수 목사’ 거취 문제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통합 시점’을 묻는 질의에 정 목사는 “선언서 발표 이후 양 기관의 통합추진위원회가 통합을 전제로 해서 적극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대선(5월 9일) 전에 통합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영훈 목사도 “기자회견 전 교단장들과 모인 자리에서 1차 목표를 대선일인 (내달) 9일로 정하고, 정치권에 개신교의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그는 ‘동성애’ ‘이슬람(교세·산업 확산) 우려’ ‘종교인 과세’ 반대를 제시할 것임을 내비쳤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소속한 한기총 개혁총회의 회원권 정지’와 관한 질의에 이영훈 목사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 목사는 “한교연 측이 관련 사항을 요청해왔다. 이에 류광수 목사가 올해 1월 9일 ㈔세계복음화전도협회를 한기총에서 탈퇴시켰다”며 “또 류 목사는 4월 12일 자로 한국교회 통합에 어려움을 주는 일이 없도록 연합 단체나 교단 활동을 ‘자제’하겠다고 약속을 해왔다”고 답했다. 덧붙여 “류 목사가 한국교회 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한기총 앞으로 (공문을) 보내왔다”고 류 목사 측의 입장을 전달했다.

양 기관은 이달 초 합의한 사항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통합 세부사항과 절차는 양 기관의 통합추진위원장(한기총 엄기호 목사, 한교연 고시영 목사)에게 위임 ▶분열 전 7.7정관을 기본으로 하고 당시 가입된 교단 및 단체를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교단·단체는 재심해 받아들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11년 제정한 7.7정관의 핵심은 ‘대표회장의 임기는 1년으로 하고 단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권선거 등 과열 선거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하지만 7.7정관 이전 한기총의 분열을 초래했던 (다락방 류광수 목사를 받아들인) 개혁총회가 한기총의 정식 교단으로 가입된 점 때문에 통합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교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교연 통합추진위원회 서기 황인찬 목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교연 “이단문제 해결없이 통합 논의 못해”

이날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개혁총회 회원권 정지와 같은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한교연은 지금까지 줄기차게 류광수 목사의 거취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통합 선언의 가장 큰 걸림돌이 개혁총회의 한기총 회원권 박탈문제인 것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한교연 통합추진위원회 서기 황인찬 목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단 문제 先 해결 後 통합’을 재차 강조했다. 황 목사는 “이단 문제(개혁총회 회원권 정지) 해결 없이는 어떤 통합 논의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교연의 입장”이라며 “한기총에도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전달했다. 류광수 목사가 활동을 자제하는 수준 가지고는 안 된다. 연합기관에서 떠나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한교연은 전날(11일) 예장합동개혁 총회회관에서 제6-3차 임원회를 열어 통합추진위원회의 보고를 받고 이 같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한기총이 통합 전에 이단 문제를 처리하지 않는 한 양 기관 통합은 유보한다”고 결의했다.

한기총과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가 한교연 측의 요구 사항에 어떠한 해법으로 대처할지 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