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3D프린터’는 ‘삼디프린터’가 아니라 ‘쓰리디프린터’라고 읽어야 한다. ‘했읍니다’는 ‘했습니다’로 써야 맞춤법에 맞는 표현이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도긴개긴,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 아닌가. 대통령 후보가 모든 면에 완벽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대선주자로 열심히 뛰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경우를 보자. 그가 온 국민을 놀라게 하며 돌연 불출마선언을 한 계기가 무엇이었는가.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사소한 사안에 대한 악의적인 비판과 독설, 가짜뉴스 등도 계기가 됐다. 사소함이 사람 잡는 무기로 비화될 수 있다. 유권자 심리는 후보자의 모든 것을 샅샅이, 적나라하게 알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깨어있는 눈으로 후보를 꿰뚫어보자. 판단력, 위기대응력 등 후보의 능력과 자질, 정책, 도덕성 등을 철저하게 검증해야겠다. 위기의 한국호를 이끌어나갈 대통령으로 유능하고 믿음 가는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TV 자유토론은 중요하다. 이전 대선 토론회는 솔직히 맹물 같고 밋밋했다. 후보자의 모든 것을 알아내고 검증하기에는 토론방식이 기계적이었고,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무제한, 무원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토론이 돼야 한다. 끝장토론, 이왕이면 종일토론이었으면 좋겠다. 이번 후보자토론회는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및 스탠딩 토론 방식이다. 각각의 정책 비교 기회도 되겠지만 몸짓, 말투, 표정 등 후보의 독특한 개성도 있는 그대로 시청자 앞에 드러날 수 있다.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벌써부터 토론마당의 감성정치에 관심이 간다.

자유토론에 소극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제2의 박근혜’론에 시달렸다. 비판은 민주당 개헌보고서 파동 때 국민의당에서 나왔다. 이는 또한 주위에서 써준 원고를 읽기만 하는 ‘대독(代讀)후보’라는 지적이기도 했다. 때문에 문 후보는 그것이 근거 없고 포퓰리즘적인 선동임을 반격하며 토론회를 작금의 안철수 후보 지지율 약진을 저지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옥의 티는 불명료한 그의 발음인데 임플란트 의치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바람 빠져 새는 듯한 말투의 문 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 여론이 동정론쪽으로 기울지, 뺄셈 쪽이 될지 궁금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사드와 대통령 사면문제에 관한 발언이 중도보수쪽 표를 긁어모으는 기회가 될지, 호남·진보좌파 쪽 여론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지가 승부의 분수령이다. 그에게도 ‘남자 박근혜’ ‘안찍박’ ‘좌파2중대’ ‘버스 차떼기’ 등의 불명예스러운 조어가 붙여졌다. 당사자로서는 심히 마뜩찮겠지만 특유의 차분하고 논리적인 어법으로 네거티브에 맞서나가야 한다. 그의 말투는 ‘친숙한’ 느낌도 주지만 혀 짧고 ‘어린’ 어투라는 평가도 받는다. 그가 목소리로도 대통령감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는 조폭 피의자 심문하는 강력검사 이미지가 덧씌워지면 손해다. 시골 출신다운 투박한 어투에서 먼저 느껴지는 것이 성품의 강건함과 돌파력, ‘똥배짱’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다른 면도 있다.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하다고나 할까. 필자가 알기에도 실제로는 가정적이고 다정다감한 남자, 빈틈없고 세심한 사람이 그다. 자유토론 무대인 만큼 그의 시원스런 언변이 ‘막말’이라는 평가에 머물지, 특유의 순발력과 국면주도력이 발휘돼 인기몰이를 할지 주목된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목소리도 표정도 부드럽다. 이것이 양날의 칼이다. 미래지향형·신세대형이라는 호응으로 먹혀들 수 있다. 하지만 금수저라서 그렇다거나 속된 말로 매가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예리한 경제담론이나 국방·안보 지식이 어필할지도 모른다. 여의도나 특정 계층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무소속 김종인·정운찬,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경제민주화론 등 평생의 지론을 앞세워 일반인 대상의 대중성을 얼마나 확산시켜나갈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필자는 국정운영 능력도 능력이지만 진정한 소통형 지도자가 누구인지 TV토론에서 살펴보려 한다. 최순실 사태가 다시는 재발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의사가 다른 상대도 배려해줄 줄 아는 후보, 그러면서도 가슴이 열려있고 이왕이면 평소 생활에서도 감성적이고 재미있는 후보였으면 좋겠다. 강인하면서도 친절한 남자. 미국에서 레이건이나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도 박수 받는 이유를 떠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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