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먼지로 가려진 서울 도심. ⓒ천지일보(뉴스천지)DB

비염·폐렴 등 질병 원인 지목
필터 설치 등 자구책 움직임
“정부 해결 의지 전혀 안보여”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배달 일 할 때 오토바이 전용 마스크를 쓰는데 저녁에 씻으면서 빨면 검은 구정물이 나와요.”

오토바이를 이용해 옷감 배달을 하는 심문경(48)씨는 연일 ‘최악’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온몸으로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서 만난 심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손으로 얼굴을 비비면 서걱서걱한 먼지가 느껴진다”며 “담배도 안 피우는데 가래도 부쩍 늘고, 코 안도 항상 부어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월 서울의 미세먼지(PM2.5) 농도 ‘나쁨(81∼150㎍/㎥)’ 발생 일수는 14일로, 2015년(5일)과 2016년(2일)에 비해 9∼12일 증가했다.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일이지만 환경미화원, 주차안내원 등은 미세먼지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미세먼지는 피부병이나 눈병뿐만 아니라 폐나 심혈관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남대문 근처 건물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황성문(60)씨는 “이 일을 시작한 지 4년 정도 됐는데 예전에 없던 비염이 생겨서 항상 코가 맹맹하다. 공기가 탁해지면 확실히 증세가 더 심해진다”며 “업체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장하는데 일하다 보면 답답하고, 숨이 차서 쓰고 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차안내요원 김모(63)씨도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김씨는 “서비스직이다 보니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렵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은 목도 칼칼하고 코 안이 시커멓다”고 말했다.

바깥 활동이 활발하지만, 신체 면역력이 약한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은 미세먼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간만에 청명한 모습을 드러낸 하늘에 딸과 청계천으로 나들이를 나온 박성연(36)씨는 “미세먼지 농도 체크하는 게 일과”라며 “지난주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편이라서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나갔는데 갑자기 농도가 짙어져서 계속 놀고 싶다고 우는 아이를 둘러업고 집으로 들어왔다. 미세먼지 때문에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지도 못하게 하는 현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한 달 내내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병원에 들락날락하다가 결국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최근 폐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간호사의 말에 뒤늦게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인식했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마스크를 꼭 씌우는데 답답해하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함께 산책 나온 정모(38)씨는 정부의 안일한 대책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씨는 “미세먼지가 심해진다는 뉴스는 매일 쏟아져 나오는데 정부는 수년째 미세먼지에 대한 원인도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이 원인이라면 강력히 항의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미세먼지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5월 개설된 온라인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에는 베란다에 차량용 필터 설치하는 방법, 공기 정화에 좋은 식물 종류, 아이가 쓸 수 있는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 미세먼지에 좋은 음식과 차 등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 등을 공유하는 글들이 쉴새 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입법 예고된 실내공기질법안 찬성운동, 전국 보육 및 교육기관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며 미세먼지 문제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