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에서 9일(현지시간) 연쇄 폭탄 공격이 발생한 콥트교 교회. (출처: 뉴시스)

프란치스코 “죽음의 씨 뿌리는 자들 마음이 바뀌길”
부활절 앞두고 테러 비극 맞은 이집트 콥트교회
IS 종용하는 ‘종교갈등 구도’ 희생 제물된 콥트교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무슬림과 기독교 간 종파 갈등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이집트에 이달 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콥트교회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했음에도 교황은 일정을 강행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10일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불안정한 이집트 치안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버크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상황이 더 엄중하고, 치안 우려가 훨씬 더 컸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도 갔었다”며 “큰 이변이 없는 한 교황의 이집트 순방 일정은 원래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집트 방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이슬람 수니파 이맘(최고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 콥트정교회 지도자 타오드로스 2세 등을 만나 서로 다른 종교·문명 간의 대화와 화해를 촉구할 계획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테러 당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종려주일 미사 중 소식을 접하고 “테러와 폭력, 죽음의 씨앗을 뿌리는 자들과 무기를 만들고 거래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 수 있도록 신께 간청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집트 방문을 앞두고 이번 IS의 테러가 벌어진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독교 전체를 향하나 공격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IS가 활동하고 있는 중동·북아프리카지역에서 소수인 기독교인들은 테러의 표적이 된 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교황이 이번 이집트 방문을 강행하기로 결정해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주요 도시 탄타와 알렉산드리아의 콥트교회 두 곳에서 연쇄 테러가 일어났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폭탄테러로 47명이 숨지고 11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교회 안은 부활절 직전 일요일인 종려주일을 맞아 예배를 드리는 교인들이 가득했다. 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며 앞으로도 콥트교회에 대한 공격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3개월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주변국인 이스라엘은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대한 새 여행경보를 내리고 자국민들에게 즉시 철수를 권고했다. 이집트 시나이산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산으로 성지순례 코스 중 하나여서 한국 교인들을 포함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찾는다. 더 많은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 이집트에서 9일(현지시간) 콥트교 교회를 겨냥한 연쇄 폭탄 공격이 발생한 가운데 가운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날 공격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가르비야주의 주도 탄타의 세인트조지 콥트교회에서 공격이 일어난 이후 머리를 다친 한 부상자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주민들 가운데 서있다. (출처: 뉴시스)

◆이집트의 ‘이슬람-기독교’ 갈등, 왜?

이집트 국민의 종교는 90%가 넘는 이슬람교와 10% 정도의 기독교(콥트교)로 구성돼 있다. 이집트의 대부분은 토착 아프리카인과 아랍계 혼혈이며, 공식 언어는 아랍어이다.

이집트는 인간문명의 발생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가 존재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전 세계 기독교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이집트의 기독교 인구는 905만 7000명이다. 7세기경 아랍 무슬림이 이슬람교를 전파하기 전까지는 기독교가 다수를 이뤘다. 이집트에서 기독교인은 두 종류인데 이집트의 자생 기독교인 콥트교회와 무슬림 출신의 개종자들이다.

이집트 내 무슬림과 기독교인 간의 마찰이 현재처럼 극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콥트교회에 속한 기독교인들은 무함마드 무르시가 이끄는 무슬림 정권이 들어서면서 종교 간 갈등 구도가 더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최근 콥트교도 10대 3명은 IS의 참수행위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이집트 법원으로부터 이슬람 모독죄를 적용 받아 징역 5년 판결을 받았다.

사실 이집트 내에서 더 박해를 심하게 받는 기독교인은 무슬림 출신의 기독교 개종자다. 오픈도어선교회에 따르면 이들은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극심한 박해를 받고 있으며 가족들은 이슬람 신앙을 버린 이들을 처벌하며, 주로 폭행을 하고 가정에서 쫓아내는 형태를 취한다. 기독교인들은 주로 상부 이집트와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지역에 밀집해 있다.

한편 이집트는 기독교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나라다. 예수가 헤롯이 죽을 때까지 기거했던 곳으로 구약성경에는 선민 이스라엘과 대비되는 이방 ‘애굽’이라는 표현으로 등장한다. 애굽은 모세 시대 때의 지명으로 당시 애굽의 바로왕은 히브리인들을 포로로 삼고 고역 생활을 하게 했다. 바로왕은 이스라엘 선민인 히브리인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위협을 느꼈다. 애굽을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바로왕은 히브리인들을 노예로 삼았다. 핍박을 당하던 히브리인들이 모세의 인도로 애굽에서 탈출한 내용은 구약 출애굽기에 기록돼 있다.

또 예수의 제자 마가는 이집트 북부 항구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 세워진 초대교회에 부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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