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총림 송광사의 주불전인 대웅보전(대웅전)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이 ‘우화각(사람이 날개가 돋아서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는 의미가 담긴 전각)’을 지나고 있다. 전국의 사찰 가운데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승보사찰 송광사는 국보 제42호인 목조삼존불감, 국보 제43호인 고려고종제서 등 국보 3점, 보물 110점 총 6000여점의 불교문화재가 소장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총림 ‘송광사’를 가다

지눌국사 중창 순천 송광사
韓불교 승맥 잇는 승보사찰
국보·보물 등 문화재 6000점

佛문화 전통 숨결 깃든 산사
800년 천연기념물 ‘쌍향수木’
편백 숲길 등산·순례객 북적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소백산맥 끝자락에 솟아 있는 전남 순천 조계산에 새둥지처럼 아늑하게 자리잡은 송광사(松廣寺). 전국의 사찰 가운데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총림 송광사는 한국불교의 삼보사찰 중에 하나다.

불교에서는 참으로 귀하고 값진 보배로 세 가지를 들고 있는데 이를 삼보(三寶)라 한다. 그 세 가지는 부처님(佛)과 그의 가르침(法), 승가(僧)다. 한국불교에는 세 가지 보배를 가리키는 3대 사찰이 있고 이를 삼보사찰이라 부르고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경남 양산의 불보사찰 통도사,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의 경판이 모셔진 경남 합천의 법보사찰 해인사와 함께 순천 송광사가 한국불교의 승맥(僧脈)을 잇는 승보사찰로 자리하고 있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움츠렸던 자연도 꽃을 피우며 생기로 가득하다. 봄의 전령인 매화꽃과 벚꽃 향이 진동하는 4월 초, 순천 조계산이 품은 명찰(名刹) 송광사를 찾았다.

▲ 송광사 대웅전으로 가는 길목에는 삼청교(능허교) 위로 통로 역할을 하는 우화각이 있다. 우화각과 삼청교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과 어우러져 송광사 건물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비우고 신선의 길로 들어서다

매표소를 지나 송광사를 향하는 길은 가족, 등산객,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여행코스로도 손색이 없고, 중간쯤 걸어가다 보면 시원하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피톤치드 향에 몸과 마음이 상쾌한 기분이 든다.

십여 분을 걸어 사찰 입구인 조계문(송광사 일주문)에 다다랐다. 신라 말에 처음 세워진 일주문은 여러 차례를 거쳐, 1802년(순조 2년) 현재의 양식으로 세워졌다. 일주문 소맷돌 사자상이 눈길을 끈다. 산문의 지키미 역할보다는 찾는 이들에게 두 손 모아 인사를 하는 듯하다. 안으로 들어서니 송광사를 중창한 지눌국사가 심은 나무로 전해지는 ‘고향수’가 보인다. 마치 솟대같이 높게 솟아있는 이 고목나무는 지눌국사가 다시 송광사를 방문할 때 소생한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고향수 옆에는 전각(세월각, 척주각) 둘이 세워져 있다. 송광사에만 남은 특별한 단칸 전각이다. 생을 마감한 영가들이 절집에 들어와 영혼을 씻는 곳이라고 한다. 척주각은 남성용, 세월각은 여성용이다.

송광사 대웅전으로 가는 길목에 삼청교가 보인다. 삼청교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마음까지 맑아지는 것 같다. 삼청교는 일명 능허교라고도 한다. 19개 네모난 돌로 무지개 모양을 만든 후 양옆에 다듬은 돌을 쌓아 올려 무게를 지탱하도록 했으며, ‘모든 것을 비우고 허공을 건너가는 다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로는 통로 역할을 하는 우화각이 있다. 우화(羽化)는 ‘사람이 날개가 돋아서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는 뜻이다. 송광사 건물의 백미인 우화각과 능허교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 보물 제1467호로 지정된 송광사 소조사천왕상은 얼굴이 다소 험상궂지만 해학적이고 입체감이 뛰어나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사문을 지나 절 마당으로 들어섰다. 송광사는 고려 말 보조 지눌국사가 정혜쌍수를 주장하며, 불교의 새로운 기풍을 불러일으킨 역사적인 절이다. 문헌에 따르면 지눌국사가 이곳에 머물 때 휘종이 즉위하면서 절 뒤 송광산을 조계산으로 고쳐 부르게 된다.

송광사에는 국보 제42호인 목조삼존불감, 국보 제43호인 고려고종제서, 보물 제572호인 수선사형지기, 보물 제1366호인 화엄탱화, 보물 제1376호인 티베트문법지, 보물 302호 약사전, 보물 303호 영산전 등 국보 3점, 보물 110점 총 6000여점의 불교문화재가 소장돼 있다. 사찰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자체가 보물찾기를 하듯 재미를 가져다준다.

◆불교정신 깃든 보물창고 천년고찰

조계산 송광사 천왕문에 있는 흙으로 만든 사천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2006년 보물 제1467호로 지정된 사천왕상은 정유재란 때 훼손됐다가 1628년(인조 6) 다시 조성했다.

천왕문 입구 오른쪽에 비파를 든 북방 다문천왕과 검을 든 동방 지국천왕이 있고, 왼쪽에 당(幢 깃발)을 든 서방 광목천왕과 용·여의주를 든 남방 증장천왕이 모셔져 있다. 4구 모두 의자에 걸터앉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얼굴은 험상궂지만 다소 해학적이고 입체감이 뛰어나다. 각각 용·봉황·꽃·구름 문양이 장식된 관을 쓰고 갑옷을 입은 무인상으로, 오른발은 악귀를 밟고 있고 왼발은 악귀들이 받쳐 들고 있는 형상이다.

▲ 경내로 들어서면 장엄한 자태를 들어낸 송광사 주불전인 대웅보전(대웅전)이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경내로 들어서면 장엄한 자태를 들어낸 송광사 주불전인 대웅보전(대웅전)은 화강석 석재로 쌓은 기단 위에 세운 웅장한 건물이다. 대웅보전은 상당한 규모의 건물이며, 화려한 단청으로 장식한 공포와 문살 등을 자랑하고, 내부는 亞자 구조로 화려함을 보여주고 있다. 연등불, 미륵불, 석가모니불과 문수, 보현, 관음보살이 수미단 위에 모셔져 있다.

그 뒤편에는 사찰 내 제일 잘 꾸며진 정원과 함께 관음전이 있다. 본래는 성수전이라 하여 광무 7년(1903)에 건립됐다. 고종황제의 성수망육(51세)을 맞아 임금이 이름을 지어 편액을 내린 황실 기도처다. 대웅전과 문수전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승보전 처마 밑에는 절 행사가 있을 때 사용했다는 ‘비사리구시’라는 큰 나무 밥통이 있다. 송광사 3대 명물 가운데 하나인 비사리구시는 1724년 남원 송동면 세전골의 싸리나무로 만든 것으로 일곱 가마 분량의 밥을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 경내에 핀 산수유 꽃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송광사 부속 암자인 천자암 뒤쪽에는 또 하나의 명물인 쌍향수(천연기념물 제88호)가 있다. 쌍향수의 나이는 8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시대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중국 금나라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곱향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나란히 꽂은 것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 쌍향수가 됐다고 한다. 이 나무를 만지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

한국 불교의 승맥을 이어온 승보사찰 송광사의 찾는 이들 가운데는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불교문화의 전통과 숨결이 깃든 천년고찰 산사에 수많은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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