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총56일간의 강제개종교육 중 45일간 납치‧감금돼 있던 장흥 산속 광산 인근에 위치한 숙부 거처 ②장흥을 나와 후속 개종교육을 위해 갔던 광주 주원교회와 인근 원룸, 장씨는 2월 24일 새벽 이곳 원룸을 방문한 경찰의 도움으로 최종 탈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천지예수교회 여청년 피해실화 

숙부 “도망가면 닭장에 가둔다”
개종목자 “신천지 갔으니 감금”
56일간 강제개종교육목자 6명

►1편 “강제개종 목자는 한국판 IS… 딱 죽고 싶었다” 보기
►2편 “개종목자야말로 반사회·반종교적… 첫 탈출, 경찰 때문에 실패” 보기
►3편 “강제개종교육장에 갇혀 나갈 수 없다는 사실에 숨 막혔다” 보기

[천지일보=송태복‧김도은 기자] 겁먹은 장은영(가명, 24)씨를 향해 숙부는 작정한 듯 협박을 이어갔다. 숙부는 “너 탈출 시도를 한 번이라도 하면 광산 뒤쪽에 있는 철장으로 된 닭장에 가둬놓고 밥만 가져다 줄 거다. 오빠와 엄마는 네가 죽지만 않으면 될 테니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 안 할 거”라고 위협했다. 

이어 “내가 아는 사람이 많아 전화만 하면 사람들이 와서 너를 제압하고 감시할 거다. 그러니 내 말 듣고 두 달 동안 잘 있을래. 말래.”라고 물었고, 장씨는 너무 무서워 “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잔뜩 겁먹은 장씨를 향해 숙부는 “네가 여기서 나가도 도로까진 2시간 이상 걸리고, 내가 마을 사람들에게 다 말해둬서 널 도와줄 사람도 없다. 112에 신고해도 널 도와주지 않을 거다. 산으로 도망가도 광주로 갈 수 없을 것”이라며 탈출 시도를 체념하도록 유도했다. 

그런 장씨에게 큰오빠는 다시 개종교육을 받도록 강요했다. 이번에는 ‘직접 개종목사에게 전화해서 개종교육을 받겠다고 말하라’고 했다. 장씨는 너무 두렵기도 하고 그 곳에서 벗어나는 길은 빨리 가족이 요구하는 개종교육을 받는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에 큰오빠가 전화로 연결해준 광주 개종브로커 박모씨에게 개종교육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윽고 제부도를 출발해 안산을 거쳐 장흥까지 이어진 긴 하루를 보내고 모두 한 방에서 잠을 청했다. 장씨는 한겨울 보일러도 없이 전기장판 하나 있는 방에서 반팔과 여름바지 차림으로 벌벌 떨면서 밤을 보냈다. 

◆ 숙부, 닭장 보여주며 협박… 두려움‧수치심의 나날

1월 12일 숙부는 막내 남동생에게 “닭장이 진짜 있는지 보여주게 사진을 찍어오라”고 시켰고 동생이 찍어온 닭장 사진을 장씨에게 보여줬다. 장씨는 정말 한겨울 닭장에서 벌벌 떨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얗게 겁에 질렸다. 

장흥에서 지낸지 일주일 정도 되던 날 큰오빠는 추울 거라며 텐트를 주고 갔다. 장씨는 남동생을 사이에 두고 박성걸(가명)과 매일 밤 한 텐트에서 잠을 자야 했다. 여자로써 수치심과 부담감과 무서움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지만 호소할 곳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1월 16일 오후 6시경 광주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개종브로커 박모 광주 벧엘교회 집사와 광주에서 개종교육으로 악명 높은 광주주원교회 개종전도사 박모씨가 장씨가 갇힌 장흥 광산으로 찾아 왔다. 그리고 여러 말로 장씨를 회유했다. 장씨는 빨리 그곳을 탈출하고 싶은 생각에 개종된 척 했다. 납치 19일째인 1월 18일 개종브로커 박씨가 장흥에 다시 와서 ‘이단상담동의서’라고 써진 서류를 작성하도록 했다. 거기엔 ‘현재 감금‧납치 돼 있지 않으며, 자유롭게 교육받는 상황이고, 언제든지 상담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써 있었다. 

◆개종목자 “죽을 수 있는 사람도 몇 달씩 교육”

2월이 되면서 오랜 감금 생활과 긴장으로 인해 장씨 몸에 여러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루는 장씨가 개종전도사 박씨에게 ‘현재 몸이 너무 안 좋다. 병원에 가서 치료 받겠다’면서 불편감을 호소했다. 그러나 돌아온 박 전도사의 답변은 한마디로 ‘네 스스로 자초했으니 참으라’는 것이었다.

박 전도사는 “자매가 이렇게 감금된 건 신천지에 갔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 참으라”고 했다. 장씨는 교회 전도사 입에서 ‘신천지에 갔으니 감금이 당연하다’는 말을 직접 들으니 기가 찼다. 이어 박 전도사는 더 믿기 어려운 말을 자랑처럼 이어갔다. “심장이 안 좋아 한 달에 한 번씩 서울 가서 치료를 받는 친구(신천지광주교회 청년)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죽을 수 있는데도 두 달이나 개종교육을 받았다. 거기 비하면 은영씨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건 후에 장씨는 이렇듯 목숨을 담보로 한 개종교육을 받고 개종된 청년이 실제 있었다는 것을 신천지교회로 돌아와 알게 됐다. 신천지교회 관계자는 그 청년이 실제는 두 달이 아닌 8개월간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장씨에 대한 개종교육은 납치‧감금 상태서 지속됐고, 장씨는 그곳을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개종된 척 연기했다. 

◆“개종목자 허락 받아야 응급실 갈 수 있어”

개종교육이 끝나기 8일 전인 2월 16일 장씨는 극심한 현기증과 메스꺼움에 시달렸다. 숙부에게 응급실로 데려가 달라고 호소했지만 숙부는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개종전도사 박씨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치 가족이 감금시키는 것처럼 했지만 결국 장흥에서의 감금도 모두 개종목자에 의해 지휘되고 있었던 것이다. 

2월 중에는 광주에서 강제개종교육을 주도하고 있는 주원교회 담임 강 목사와 임 전도사가 장흥에 한 번씩 와서 장씨의 개종상태를 점검하고 개종교육을 진행했다. 2월 23일 개종교육 마지막 과정으로 박 전도사가 개종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장흥을 떠나 광주에서 또 진행될 후속 개종교육에 대해 설명했다.

박 전도사는 광주로 이동하면 주원교회에서 평일 월화목금은 개종교육을 받고, 수‧일요일엔 주원교회 예배에 참석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토요일엔 개종된 청년 모임에 참석하라고 했다. 장씨는 수많은 신천지 청년들이 자신처럼 납치·감금돼 수개월씩 강제개종교육을 받다 지쳐 신천지 신앙을 포기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가 막혔지만 빨리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 ③2차 개종교육 예정 장소였던 안산상록교회 ④피해자 장씨가 맨 처음 끌려간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에 위치한 펜션. 밀물 때는 육지로 나가는 길이 막히는 섬이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주원교회 원룸서 경찰에 구조
가족들 개종목자와 계속 연락
또 납치․감금 우려 집에 못 가

◆광주 주원교회로 이동 후 다시 탈출시도

2월 23일 오후 1시 장씨 가족은 45일간 개종교육을 진행한 장흥을 떠나 후속교육이 예정된 광주로 이동했다. 그리고 광주 학동에 위치한 본가에 들러 엄마를 내려 준 후 저녁 8시경 주원교회에 도착했다. 장씨는 장흥에서 만난 박 전도사와 주원교회를 둘러보고, 향후 주원교회 내에서 개종교육이 이어진다는 설명을 듣고 박 전도사, 숙부, 숙모와 함께 인근 원룸으로 갔다.

원룸은 주원교회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듯했다. 월세가 정해져 있지 않고 개종교육 기간에 따라 월세가 달라지는 특이한 계약서였다. 원룸 도착 당일엔 큰오빠가 사정이 있어 광주로 오지 못했다. 원룸에 있는 동안 장씨가 신천지교인의 개인번호를 모른다는 것을 아는 숙부는 장씨가 핸드폰을 만져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장씨는 오후 11시경에 숙부의 핸드폰에 깔린 페이스북으로 신천지교회 지인에게 연락했다. 이내 연락이 닿은 지인은 20여분이 지나 원룸 인근에 도착했다며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장씨가 나가자 숙부가 이내 쫓아 나왔다. 장씨는 그냥 바람 쐰 척하고 다시 들어갔지만, 숙부는 장씨가 도망 갈 수 있다면서 엄마가 있는 본가로 장씨를 데리고 이동했다. 

◆핸드폰 페이스북으로 신천지 측에 연락

밤 12시경 본가로 이동하면서 ‘엄마에게 문 열어달라고 전화 하라’고 해 장씨가 숙부 핸드폰으로 엄마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숙부는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려 원룸으로 다시 이동했다. 장씨는 그사이 핸드폰에 깔린 페이스북으로 신천지교회 지인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신천지교인들이 미행한다는 것을 눈치 챈 숙부는 주원교회 박 전도사에게 연락했다.

박 전도사는 “바로 북부 경찰서로 가서 신고 접수해라. 은영이가 도망갈 얘가 아닌지 질문 한 번 더 해봐라”고 피드백을 했다. 박 전도사의 피드백대로 숙부는 신천지에 갈 거냐고 질문했고 장씨는 ‘안 간다’며 숙부를 안심시킨 후 탈출 기회를 엿봤다. 박 전도사의 피드백대로 숙부는 북부 경찰서로 곧장 가서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한다고 신고했다. 경찰서 앞에서 숙모와 함께 대기하는 동안 장씨는 탈출할 지를 고민했지만 ‘다시 붙잡히면 다 수포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일단 다음 기회로 탈출을 미뤘다. 

◆극적으로 만난 경찰 도움으로 납치 56일 만에 탈출 

그렇게 납치 56일째인 2월 24일 새벽 1시경 다시 주원교회 인근 원룸에 도착하니 숙부와 연락을 주고받은 박 전도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숙부는 1층에 대기 중인 박 전도사와 한참 얘기를 주고받았다. 숙모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간 장씨는 창문으로 둘의 모습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어 미행신고를 받은 지구대 경찰관이 원룸 앞에 도착했다.

숙부와 박 전도사, 경찰이 대화하는 것을 본 순간 장씨는 구조요청을 할지 말지를 계속 고민했다. 그러던 중 경찰 한명이 창문을 올려다보면서 “도움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장씨는 원룸을 나와 경찰에게 “여기 감금됐다. 살려 달라”고 소리치며 구조요청을 했다. 이어 경찰에게 다가가 “가족과 떨어지고 싶다”고 울면서 애원했다. 

경찰은 “도와주겠다”면서 장씨를 달랬다. 장씨는 이어 경찰차로 이동해 “가족과 있기 싫다”면서 강력히 가족과의 분리를 요구했다. 그렇게 장씨는 경찰차에 올라 일곡지구대로 이동해 진술 조서를 작성했다. 제부도 파출소에서 경찰이 다시 가족에게 돌려보낸 경험이 있던 터라 장씨는 “가족이 또 오는 것 아니냐”면서 “가족이 또 나를 감금시킬 수 있다며 가족들에게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새벽 2시경 일곡지구대로 엄마와 이모가 찾아왔다. 경찰은 “성인인 장씨를 싫다는 가족에게 돌려보낼 수도, 가족이 반대하는 신천지교회로도 보낼 수도 없다”며 난감해 했다. 새벽 3시 30분경 경찰서로 찾아온 신천지교회 관계자와 3자 대면도 이뤄졌다. 장씨는 이때 경찰 기록지에 기록된 신천지교회 관계자 번호를 기억해 뒀다 주머니에 있던 립스틱으로 왼쪽 손목에 기록했다.

경찰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집도 신천지교회도 아닌 여성쉼터로 가겠다고 해 새벽 4시경에 쉼터로 이동한 후 오전 8시경 적어둔 번호로 다녀간 신천지교회 관계자에게 연락했다. 그렇게 해서 장씨는 총 6명의 개종목자, 제부도 안산 장흥 광주로 이어진 장장 56일간의 강제개종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승용차만 지나가면 납치 공포
“가정‧직장 파탄 낸 개종목자는
 성직자 탈 쓴 극악무도 범죄자”

◆“직장도 가족도 잃게 만든 개종목자들에 분노 치밀어”

장씨는 쉼터에서 나온 이후 지인의 집에 기거하고 있다. 56일간의 납치‧감금을 통한 개종교육의 후유증으로 장씨는 차만 지나가면 납치당할 것 같은 공포심을 느낀다. 이뿐 아니라 강제개종교육으로 장기간 무단결근하는 바람에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잘렸다.

지금은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취업난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통화는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족들이 개종목자에게 피드백을 받고 말하는 게 느껴져 집에 들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장씨는 돈에 눈이 멀어 멀쩡한 가정을 붕괴시키고, 직장도 잃게 하고, 가족들에게 납치‧감금이라는 엄청난 범죄까지 저지르게 만든 개종목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긴 인터뷰를 마친 장씨가 기자에게 물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는 목사만의 것인가요. 성직자의 탈을 쓴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은 큰소리치고, 피해자인 신천지와 신천지교인이 욕을 먹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저와 우리 가족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는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나요. 대답해 주세요.”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