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와 ‘중국 꿈’의 대결로 불린 미-중 정상회담은 공동성명도 없이 끝났다. 중국 관영언론은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지만 우리로선 북핵문제 해결점이 도출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싱겁게 끝난 회담이었다. 두 정상이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동안 한국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미미했다. 우리 안보 문제를 두고 사실상 미-중 지도자의 입만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과거 얄타회담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악몽이 스치기도 했다. 그나마 황교안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이후 전화 통화로 긴밀한 한-미 공조를 약속했다는 게 다행스러운 정도다.

황교안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며 교역과 안보, 북한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와 한국 관련 사안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 한국과 한미동맹이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미국에게 중요하다는 점을 시진핑 주석에게 충분히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황 권한대행은 한미 동맹에 기반한 확고한 대비태세와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감을 표하고 한국의 대북 정책을 언제나 지지한다고 하면서, 향후 북한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고 답했다. 이번 미-중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 의심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을 공습하는 등 예기치 못한 행보를 보였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경고 측면도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최고 지도자는 공백이고 코앞의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중국은 치졸한 경제보복으로 우리에게 불편한 이웃이 돼버린 상태인데다, 정치권은 온통 대선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거기에 언론까지 특정후보를 밀기 위한 거짓보도를 일삼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곧 김일성 생일 등 북한의 주요 정치 일정이 이어진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날뛰는 북한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다. 안보·외교 라인을 비상상태로 가동하는 것은 물론 16~18일 예정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방한도 잘 활용해 한반도 안보 문제가 한국을 배제한 채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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