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함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패턴이나 관심을 보이는 병을 말한다. 과거에는 전반적 발달장애라고 표현을 했고, 이 범주 안에 자폐증(자폐성 장애), 렛트 장애, 소아기 붕괴성장애, 아스퍼거 장애, 기타 전반적 발달장애, 상세불명의 전반적 발달장애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용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바뀌었다. 이는 이들을 각기 독립된 장애가 아닌 동일한 연속선상에서 보는 관점 때문이다. 즉 자폐 상태의 심각도나 지능 및 심리 사회적 발달의 정도에 따라 발현되는 임상 양상에 차이가 있다고 볼 뿐이므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개정했다.

정확한 조기 진단이 이뤄지는 것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재로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을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임상 면접을 통하고, 자폐평정척도 등을 이용한 발달 검사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즉 아이를 직접 관찰하고, 부모로부터 아이의 상태를 들어서 진단을 내리는 과정이다.

최근 연구에서 밝혀진 24개월 이하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예측법인 자기공명영상(MRI)은 아직 실제 국내 임상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진단이 아니라 예측이기 때문에 향후 보완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혈액검사를 이용한 자폐 진단법 역시 최신 연구이지만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태로서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지 않고 있다. MRI나 혈액검사를 통하지 않은 임상 면접 및 관찰에 의한 진단이므로 기관 또는 전문가에 따라서 진단이 상이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는 다른 여느 질병에서와 마찬가지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예후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결정적인 증상으로는 눈 맞춤, 호명 반응, 관심의 공유 등이 결핍돼 있거나 매우 부족한 것이다. 아이가 이러한 모습을 보일 때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치료할 때 늦어도 36개월 이전에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는 이 시기에 언어 발달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발달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만2세에서 만5세까지 이어지는 폭발적 발달 시기에 적절하고도 집중적인 치료적 자극이 주어지면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만5세 이후라고 해도 전혀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이후에 들어가서는 치료 효과가 점차 감소하고, 청소년 시기부터는 치료 효과가 급격히 감소한다고 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심리치료와 언어치료가 주된 치료 방법이다. 심리치료에는 놀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이 있는데, 이러한 치료를 통해서 사회적 상호작용, 공감 능력, 마음읽기, 또래와의 관계 증진, 부정적 정서의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언어 치료를 통해서 의사 표현 능력, 자기주장 능력, 소통 능력 등의 증진을 꾀할 수 있다. 그밖에 낮은 지적 능력을 보완해주는 인지학습 치료, 각종 문제 행동들을 교정해주는 행동치료, 감각적 과민성을 줄여주는 감각통합치료 등이 시행된다. 한편, 약물치료는 나이가 점차 들어가면서 주의집중력 저하, 과잉행동, 충동성, 공격성, 반복적인 행동, 강박, 불안, 우울, 짜증, 틱 증상 등이 동반될 때 이를 소거해주기 위해 시행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는 엄마 아빠는 집에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면 좋을까? 일대일 놀이가 가장 중요하다. 아이와 부모가 서로 언어와 감정을 주고받는 상호작용 놀이가 필요하다. 그러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핵심 증상이 상호작용의 결핍이기 때문에 말처럼 쉽지 않다.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과 눈을 마주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연습시키고, 아이의 말과 행동에 반응을 보이며, 부모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자주 들려주며, 아이에게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는지 질문을 자주 던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지속적이고도 끈기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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