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지난 2014년 4월 16일에 진도 앞 바다에 침몰한 세월호가 인양되며,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해 6개가 발견됐다는 보도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해 수습과 유전자 감식을 위해 연구원을 팽목항으로 파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발견된 유골들이 동물 뼈로 밝혀지며, 유전자 감식은 세월호 선체가 목포항에 안착되어 유해가 수습된 후에나 실시될 수 있게 됐다.

드라마나 뉴스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친자 확인이나 성범죄자의 식별, 나아가 쓰나미 피해자나 금번 세월호의 미수습자와 같은 재난 피해자들의 식별을 위한 유전자 검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다음은 미국에서 있었던 유전자 검사의 한 실례이다. 세 살짜리 딸을 가진 부부가 결혼 생활에서 불만이 쌓여 이혼에 합의한 다음, 서로 자신이 딸을 키우겠다고 하는 과정에서 부인이 딸의 아빠가 남편이 아니라 옆집 남자라고 말하며 남편이 딸의 아빠가 아니니 자기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자신이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말을 믿을 수 없어 부부와 딸의 혈액과 함께 옆집 남자에게 혈액 채취를 요구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딸이 옆집 남자의 아이로 밝혀졌다고 한다.

유전자 검사에는 ‘DNA 지문(指紋, fingerprinting)’이 이용되고 있다. DNA 지문은 1985년에 영국 레스터대학의 발생유전학자인 제프리스(A. Jeffreys)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유전자(DNA)가 지문처럼 개인을 식별할 때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명명한 말이다.

세포핵의 염색체에 간직돼 있는 DNA 분자는 염기들이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라고 부르는 단위물질로 쌍을 이루는 구조이다. 뉴클레오티드 쌍을 이루는 염기에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의 4종류가 있으며, A는 T와 그리고 G는 C와 결합한 DNA는 사다리가 꼬인 모양의 이중나선 구조를 이룬다.

사람의 경우 세포 하나에 들어있는 뉴클레오티드의 염기쌍 수가 30억개나 되기 때문에 이들 4종류의 염기들이 배열하는 조합은 무한하다, 그래서 세계 70억 인구에서 염기 배열이 똑같은 사람은 없으며, 일란성(一卵性) 쌍둥이의 경우에서도 염기 배열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염기서열의 비교를 통한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것이다.

유전자 검사를 위한 DNA 지문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검사하고자 하는 시료로부터 DNA를 추출해 특정 염기 배열을 인식해 잘라주는 제한효소(制限酵素)로 처리해 DNA 절편으로 분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DNA 절편들을 전기영동 기법을 이용해 분리하면 사람마다 염기의 배열순서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제한효소에 의해 잘린 DNA 절편의 크기와 종류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DNA 지문’이다.

지능형 범죄로 지문이 발견되지 않아도 현장에서 범인이 흘린 침이나 혈액, 정액 또는 머리카락 등이 아주 소량만 발견되어도 미량의 DNA를 증폭시키는 ‘중합효소연쇄반응’인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법을 이용해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다. PCR 기법은 극미량의 DNA 조각을 DNA 중합효소(polymerase)와 A, G, C, T 염기의 뉴클레오티드 단량체 그리고 프라이머를 혼합해 반응시켜 특정 DNA를 대량으로 증폭시키는 기술로 1986년에 멀리스(K. B. Mullis)에 의해 개발됐다. 멀리스는 PCR 기법을 개발한 공로로 1993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유전자 감식의 실례로 강간 살인사건의 수사에서 용의자로 3사람이 검거된 경우 DNA 지문을 통해 범인을 식별을 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와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증거표본과 함께 검거된 용의자들로부터 DNA를 추출한다. 그리고 추출된 DNA를 제한효소로 처리해 전기영동을 통해 얻은 DNA 지문을 비교 분석한다. 그 결과 용의자 중 DNA 지문이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증거표본의 DNA 지문과 일치하는 자가 있으면 범인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DNA 지문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유전자 감식은 친자 확인이나 범죄자의 식별뿐만 아니라 대형 교통사고, 비행기 추락이나 대형 화재 등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신원 확인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진도 앞 바다에서 침몰해 3년이나 지나 목포항에 안착한 세월호의 수색 작업에서 미수습자들의 유해가 발견돼 유전자 감식으로 신원을 밝혀져 하루빨리 가족의 품안에 안기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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