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칭)한국교회총연합회가 지난 1월 9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교연 ‘이단문제 선해결’ 입장 갑자기 바뀐 이유는?
교단장들 “통합 안 하면 양 기구 탈퇴하겠다” 강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이 오는 12일 통합선언을 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번에 성공하면 분열된 지 6년만에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통합선언 후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던 양 기구가 이번엔 과연 통합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놓고 교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 등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비공개 모임을 갖고 양 기구의 통합에 대한 절차, 정관, 회원교단 인정여부, 직원승계 방안 등을 명시한 ‘한기총·한교연 통합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5일 교단장들도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양 기구의 결정을 반겼다.

합의서에 따르면 한기총과 한교연은 오는 12일 오후 1시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공식적으로 통합선언을 선포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구체적인 통합 절차 및 세부사항은 각 기구의 통합취진위원장에 위임될 전망이다. 한기총 통합취진위원장은 엄기호 목사, 한교연 측 통합추진위원장은 고시영 목사다. 양측이 통합한 후 적용할 정관은 두 기구가 분리되게 된 원인이 됐던 이단문제 발생 전의 정관인 7.7 정관을 기본 골격으로 사용한다. 회원교단은 현 가입 교단을 수용하되 문제가 되는 교단은 재심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한기총 회원교단의 이단성을 지적해온 한교연은 통합을 위해 급작스럽게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주요 교단장들이 결성한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의 압박에도 한교연은 이단문제 선해결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올해 초만해도 한교연은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가로막는 이단사이비집단 연구 조사’ 계획을 공개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 내 회원 교단 중 10여개에 대한 이단·사이비성을 연구·조사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구체적인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겠다면서도 한기총 대표회장이자 기하성 여의도순복음총회 총회장인 이영훈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언급돼 논란이 일었다.

또 당시 한교연은 일명 ‘다락방’으로 알려진 ㈔세계복음화전도협회(이사장 류광수 목사)가 한기총을 자진 탈퇴한 데 대해서도 불만족을 나타냈다. 한교연은 다락방이 자진 탈퇴했다고 해서 다락방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개혁총회가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예장개혁총회가 한기총을 탈퇴하지 않는 한 한교연은 받아들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은 이번 회동 후 “한국교회의 하나 됨은 교회 전체와 사회의 시대적 요청”이라며 “한교연에서 통합과 관련돼 모든 사항을 위임받아 합의서를 작성했으며 오는 11일 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하고 12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은 “한국교회는 130년 동안 숱한 분열을 겪었지만 대통합을 한 경험이 없다”면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매우 어지러운데 이번 기구통합이 복음주의적 교회가 하나 돼 영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사회통합의 가치를 제시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이번 결의를 자평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결의의 배경에는 교단장들의 압박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가칭’이라는 명칭을 달고 활동해온 한교총은 지난달 30일 회동을 갖고 법인 설립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통합을 위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한기총과 한교연을 향한 최후통첩이 됐다.

이들은 4월 16일 부활절 전까지 양 기구가 통합에 대한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한교총 설립 교단들이 한기총과 한교연을 탈퇴하고 한교총을 실체화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주요 교단이 대거 포진된 매머드급 조직인 한교총이 법인화를 통해 실체화하면 사실상 한국교회 내에서 한기총과 한교연의 입지는 유명무실해진다.

교단장회의는 이 상태까지 되지 않도록, 한기총과 한교연에 부활절 전까지 기한을 두고 양 기구 통합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 같은 교단장들의 강수가 한교연이 입장을 급선회한 결정적인 배경으로 분석된다.

교단장들은 양 기구 통합선언 결의를 반기며 12일 통합선언식에 모든 교단 총회장들이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또 단체 간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한교총 설립을 지지하는 교단장회의 소속 교단들이 양 단체를 탈퇴할 것이라는 압박도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교단장들의 압박에 떠밀린 모양새가 된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를 놓고는 전망이 갈린다. 지난해 8월에도 통합 추진을 선언했지만 이단문제 해결 등 현안을 놓고 입장이 갈려 실질적으로 통합이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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