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6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고 있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조사는 특검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더욱이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한 차례 기각된 만큼 이번엔 검찰도 각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병우 수사가 또 흐지부지 된다면 검찰의 명예는 물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마무리 수순이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은 우병수 수사와 관련해서 검찰이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 잘 납득하지 못했다.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후배 검사를 기립시킨 채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나 뒷북 압수수색 그리고 핵심 증거를 찾는 과정도 이상하리만큼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단순한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차원이 아니라 검찰 내에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대거 포진돼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검찰 조사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점에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우 전 수석을 다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국민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혐의가 중대하고 혐의 내용을 계속 부인한다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이미 구속돼 있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도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전과는 달리 검찰청에 들어 설 때 다소 기력이 떨어진 모습이 이를 잘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우병우 전 수석은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책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가 갖는 무게감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한민국 최고급의 정보가 한 곳으로 집결되는 최고 권부의 상징 격이다. 따라서 청와대 안팎의 비밀스런 거래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 전 수석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 주변의 국정농단 사실도 몰랐고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범죄행위도 몰랐고 심지어 최순실이 누군지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부에서 마땅히 바로잡았어야 했던 국정농단 사태를 사실상 묵과하거나 협력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는 법이다. 사실 우 전 수석만 제대로 중심을 잡았더라도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고두고 국민의 가슴에 피멍을 안긴 장본인이다. 그런 우 전 수석이 지금 검찰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죄의 유무는 법정에서 다툴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검찰도 법불아귀(法不阿貴)의 의지와 법치의 엄중함을 각인시켜 주길 바란다. 검찰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기회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