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지난주 서울에서는 아주 특별한 국제행사가 열렸다. 필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주최한 2017 국제문학·인권 컨퍼런스가 바로 그 행사였다. 부제로는 ‘북한의 솔제니친, 반디의 고발과 국제사회의 과제’로, 21개국 19개 언어권에서 번역된 반디 선생의 고발 소설집을 출간한 글로벌 국제출판인들과 국제인권활동가, 탈북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어서 약간의 차별성과 함께 색다른 의미를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세계적인 인권활동가로 명성이 높은 벨기에의 국경없는인권협회의 윌리 포트레 회장은,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에서 북한 내부의 정보유입과 해외노동자 인권탄압 실태에 대한 청문회 개최에 이어, 머나먼 대한민국까지 오셔서 기조발제를 통해 인권의 가치와 문학적 소재인 반디 선생의 고발 작품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자신의 일처럼 헌신해주신 것에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특히 이날의 행사에서는 주 영국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전 공사께서 국내외 여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귀한 걸음을 해주셨는데, 태 공사는 이날 축사에서 “반디 선생의 고발 책에 묘사된 북한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다 읽은 뒤 집밖을 나서 걸어가는데 제가 서울 시내를 걷는지 평양 시내를 걷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라고 하며 ‘서로 다른 체제를 통합하는 통일이기에 앞서 북한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해방하기 위한 노예해방전쟁’이기에,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함을 강조하며 흘리는 뜨거운 눈물 앞에 행사장 내부는 한동안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됐었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목적으로 중요한 두 가지 이유를 들 수가 있겠는데, 먼저 글로벌 국제출판인들이 한반도의 상황을 객관적인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반디 선생이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려고 했던 피맺힌 절규에 응대하여, 보다 많은 노력으로 국제사회에 북한주민의 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서 달라는 당부의 의미와 함께, 창작의 자유를 억눌린 채 살아왔던 북한주민들이 자유 대한민국에 와서야 비로소 자신의 빼앗긴 창의성을 맘껏 발휘하는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갈 때, 국제출판인들이 이들에게 꿈과 용기,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갖게 해보자는 것이 취지였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국제망명펜클럽 소속의 탈북작가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형식적인 세미나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며, 탈북연예인의 아코디언 연주에 맞추어 북한식 무용을 마음껏 선보였던 저녁시간은, 국제사회와 탈북 문학인들이 함께 인권과 문학을 논하는 소통과 공유의 장마당이었다.

다음날 분단의 현장인 JSA 판문점을 찾은 일행을 대신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에 계신 반디 선생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널리 이 책이 읽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특히 미국이나 영국에서 언론들이 관심을 갖고 보도해 주는 것 자체가 북한 내부의 귀한 목소리, 메시지를 전하는 기회가 되고 있어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정치범 수용소나 공개처형 등과 같은 인권유린 실상을 직접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그냥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썼습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애정, 걱정 이런 부분들을 쭉 써내려간 것인데 그것이 워낙 공포스럽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그 자체가 바로 노예와 같은 삶이다 하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지고 싶은 겁니다.”

태영호 공사가 눈물로 언급한 노예, 노예해방… 그리고 우리의 책임… 이제 우리가 대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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