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에 대하여

이재무(1958~  )

 

마른 땅 파 들어가는 삽이여,
묵은 논 갈아엎는 쟁기여,
고랑 타고 앉아 풀매는 호미요,
돌멩이에 날(刃) 찍혀 우는 쇠스랑이여,
이마에 한 톨 두 톨 돋는 땀이여,
경작의 노고보다 헐한 소출이여,

 

[시평] 

글을 쓰는 문인(文人)에게 있어 ‘펜’은 가장 소중하고, 또 가장 절실한 도구이다. 때로는 마른 땅의 그 딱딱함을 파헤쳐야 하는 삽이 되기도 하다가, 때로는 묵은, 그래서 잡초로 뒤덮인 논을 갈아엎는 쟁기가 돼야만 하는 ‘펜’. 마치 딱딱한 땅 마냥, 메말라버린 사유를 파헤치며 써야 하는 창작의 고통도, 묵정논마냥 생각의 잡념으로 뒤덮인 삶을 갈아엎어야 하는 힘듦도, 글을 쓰는 문인은 감내하며, 이를 자신의 소중한 사명으로 받아들이며 써야만 한다.

그리하여 돌멩이에 날을 찍히는 아픔으로 지새우는 밤도, 고랑을 타고 앉아 홀로 풀을 매야하는 절박한 고독도, 모두 모두 감내해나가며 쓰는 것이 문인들의 글쓰기이다. 이러한 노력의 끝에 창작되는 것을 흔히 ‘힘들여 쓴 작품’, 곧 ‘노작(勞作)’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 문단에는 문인들이 많아도 너무나 많다. 문학을 공부하는 힘든 과정도 거치지 않고 말 그대로 쉽게, 쉽게 문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어가지고는, 이마에 돋는 한 톨 두 톨의 노동의 결정인 땀도 흘리지 않고, 명함만을 만들어 지니고는, 아무렇게나 글을 양산하는 문인들이 너무도 많다. 

마음의 땀 흘려야 하는 정신노동자 문인이여! 비록 손에 쥐어주는 대가가 그 경작의 노고에 비하여 참으로 헐하고 헐하여도, 묵정밭의 그 흐트러진 사유를, 마른 땅의 그 딱딱함을 파헤쳐 나가는 고통을 감내하며 오늘도 생각의 펜을 다시 고쳐 잡는 진정한 문인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 우리의 삶이 보다 향기로워지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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