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THE PEOPLE’ (제공: 예술의전당)

‘위대한 낙서 셰퍼드 페어리 전’
예술은 세상을 덜 두렵게 만드는 것
오바마 포스터 호프로 대중에 각인
사회·인류
·환경 폭 넓은 주제 다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최고의 예술은 예술을 통해 세상을 조금 덜 두렵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세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성조기가 새겨진 히잡(이슬람 여성이 얼굴만 남기고 머리카락을 감싸는 스카프)을 쓴 여성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옆에 머리에 꽃을 꽂은 남미 여성, 레게머리 흑인 소년이 그려져 있고 아래엔 ‘우리 사람들(WE THE PEOPLE)’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이 작품은 백인과 남성, 기독교인을 우선시 하고 소수자를 차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저항하는 의미가 담긴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이다. 인종과 성별,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가 사람이고, 국민임을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낙서 같은 그림이나 문자를 통해 표현하는 그라피티 미술로 유명한 셰퍼드 페어리가 이번엔 세상에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2008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미국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호프(HOPE, 희망)’ 포스터를 통해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민주주의가 더 잘 작동된다는 생각을 표현했다. 그는 이 포스터를 계기로 그라피티 아트팬을 넘어 일반 대중들에게 폭넓게 인지되기 시작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낙서 정도의 하위문화로 취급됐던 그라피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사회, 문화, 인류, 환경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게 셰퍼드 페어리 작품의 특징이다.

일명 오베이 자이언트(OBEY GIANT)라고 불리는 셰퍼드 페어리는 1970년 미국 찰스톤(Charleston, S.C)에서 태어나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대학 재학 중 ‘Andre the Giant has a Posse’라는 스티커를 만든 셰퍼드는 이 스티커를 시작으로 티셔츠, 스케이트보드, 포스터까지 Wall을 점령한 ‘OBEY GIANT’ 캠페인을 펼쳐 유명세를 탄다. 이후 스미소니언 국립 초상화 박물관(the Smithsonian’s National Portrait Gallery)에서 소장 중인 버락 오바마의 초상화 ‘HOPE(2008)’를 포함, 그의 작품은 대중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과 미노아아트에셋(대표 최환승)은 내달 30일까지 ‘위대한 낙서 셰퍼드 페어리 전: 평화와 정의’라는 주제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회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올해 3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개최된 ‘위대한 낙서(The Great Graffiti)’의 후속작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당시 이 전시는 단일 관람객 수 신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다.

▲ 셰퍼드 페어리 (제공: 예술의 전당)

이전 전시가 그라피티 미술의 서막을 한국에서 만나는 기회를 제공했다면 이번 전시는 현대 그라피티 예술의 미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를 느껴볼 수 있게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전시에서 공개되는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 290여점은 사진에서부터 일러스트, 페인팅, 스텐실, 실크스크린을 활용한 다양한 그라피티 작품이다.

전시 공간은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작품들을 주제와 메시지별로 ▲오베이 자이언트 캠페인(OBEY GIANT CAMPAIGN) ▲평화와 정의(PEACE AND JUSTICE)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ARTIST COLLABORATIVE) ▲예술가의 의무(RESPONSIBILITY OF ARTIST) ▲지구의 위기(EARTH CRISIS) 등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졌다.

독일 철학가 하이데거(Heidegger)의 현상학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된 ‘오베이 자이언트 캠페인’은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현상학’에 대한 가장 현대적인 물음을 제시했던 운동이다. 이 섹션에선 잠재적인 유인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관련 없는 단어들과 결합해 사람들을 자극한다.

셰퍼드 페어리는 전쟁, 평화, 정치, 그리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올 수 있는 예술작품의 가능성을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특히 반전운동에 관한 입장과 평화를 위한 헌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예술작품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평화와 정의’ 섹션에선 페인팅, 스크린 프린팅, 스텐실, 콜라주 등 다양한 기법을 결합해 나무, 메탈, 캔버스 등에 표현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셰퍼드 페어리가 존경하고 영감을 받은 다른 아티스트를 주제로 창조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