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은영(가명, 24)씨가 처음 납치·감금됐던 제부도 펜션 앞 바다에 서 있다. 장씨 뒤로 보이는 도로는 썰물 때만 길이 열려 오갈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장씨가 처음 탈출해 도움을 청했던 파출소. 경찰은 가족에게 납치·감금됐으니 가족과 분리해달라는 장씨의 의사를 묵살하고 가해자인 가족에게 다시 되돌려 보냈다. 이 때문에 장씨의 첫 탈출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천지예수교회 여청년 피해실화 

가족들, 수시로 개종목사와 통화
펜션 창에 피스 박고 문고리 개조
한밤중엔 납치한 남성과만 거실에

감시 허술한 틈에 탈출, 파출소로
경찰에 가족들과 분리해 달라 요구
경찰, 피해자를 가해자에게 되보내 

►1편 “강제개종 목자는 한국판 IS… 딱 죽고 싶었다” 보기

[천지일보=송태복·김도은 기자] 장은영(가명, 24)씨는 외딴섬이나 다름없는 제부도에서 말로만 듣던 강제개종교육이 이뤄질 것을 직감했다. 장씨는 오빠에게 전화 한 통화만 하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묵살당했다.

출입문과 창문에 피스가 박혀있고, 문고리도 거꾸로 달아 도망가지 못하게 개조한 펜션은 그야말로 감옥이었다. 가족들이 순번을 정해 장씨를 감시해 신체의 자유도 완전히 박탈당했다. 화장실엔 잠금장치도 없어서 남자들이 수두룩한 펜션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일을 봤다.

특히 모두 방에 들어가서 자는 한밤중엔 거실에 성명불상의 남자와 단둘이 있어야 했기에 여자로서의 두려움, 불안함, 공포감, 수치심을 느끼며 날을 샜다. 그곳에서 장씨는 귀신들린 마녀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그리고 개종교육이 진행되는 내내 엄마와 큰오빠는 개종목사와 수시로 통화하며 피드백을 받았다. 가족들이 일삼는 인권유린과 치밀하게 준비된 펜션 환경은 개종목사의 지휘아래 진행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목사란 타이틀을 앞세워 온갖 거짓말로 가족을 조종하고 인권유린마저 조장하는 강제 개종목자들이야말로 반종교·반사회적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된 개종교육… 묵살된 교육반대 의사 

1월 2일 큰오빠는 장씨에게 개종교육동의서와 장씨가 강제개종위험발생 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미리 신천지교회에서 작성해뒀던 신변보호요청서를 포기한다는 각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장씨는 큰오빠의 폭력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각서에 서명했다.

서명 다음 날인 3일부터 이틀간 첫 개종교육이 시작됐다. 강사는 안산상록교회 주모 전도사였다. 장씨가 주 전도사에게 감금 상태에서 교육받는 것을 따지자 주 전도사는 자신이 아닌 가족이 감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주 전도사는 장씨가 감금된 상태라는 것을 알고도 개종교육을 진행했다. 개종교육 내용은 신천지교회 대표에 대한 터무니없는 인신공격과 교리 비방이 주를 이뤘다. 또 탄핵정국이던 당시 개종교육 중간 중간 교육과는 전혀 상관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 옹호 발언을 한참 동안 하기도 했다. 

1월 5일부터 이틀간은 두 번째 개종목자가 와서 개종교육을 진행했다. 신천지교회에 다녔다가 개종됐다는 여집사는 하루 4~5시간씩 장씨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신천지를 비방하고 돌아갔다. 납치 8일차가 된 1월 7일 장씨는 큰 오빠에게 개종교육을 중지하고 펜션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소리치며 매달렸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큰오빠의 욕설과 윽박 뿐이었다. 

▲ 2016년 12월 31일~2017년 2월 24일까지 56일간 납치·감금됐던 장은영씨의 일지 중 3일차부터 9일차까지 일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첫 번째 탈출… 흰 승용차만 보면 가슴이 철렁 

장씨가 감금된 제부도는 강제개종교육을 위해 치밀하게 선정된 장소였다. 썰물 때만 육지와 섬 사이에 차량통행이 가능해 밀물 때는 탈출 시도조차 못하는 곳이었다. 납치 9일째가 된 1월 8일 장씨는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첫 번째 탈출을 시도했다. 남동생을 통해 알아낸 편의점에 도착해서 도움을 요청하자 직원은 인근 파출소 위치를 알려줬다.

장씨는 곧장 파출소를 향했다. 파출소까지 가는 내내 혹시나 큰오빠가 차를 끌고 쫓아오진 않을까 싶어 흰색 승용차가 지날 때마다 장씨의 가슴은 철렁거렸다. 그렇게 가슴 졸이며 10분 정도 걷자 파출소가 보였다. 경찰들이 순찰 중이어서 장씨는 관광객에게 핸드폰을 빌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장씨의 연락을 받고 순찰 중이던 경찰이 돌아왔다. 장씨는 자신이 종교문제로 구조 요청을 했다고 하면 편견을 가지고 대할 것이라는 생각에 경찰에게 ‘남자친구에게 헤어지겠다고 하니 남자친구와 가족들이 나를 납치해서 이곳까지 데려와 일주일 넘게 감금돼 있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실종신고가 돼 있지 않다”면서 관할청 조사관을 불렀다. 이어 도착한 조사관들은 장씨 말만 듣고 조치할 수 없다면서 장씨의 가족을 부르겠다고 했다. 장씨가 “가족을 부른다면 경찰서를 나가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경찰들이 막아섰다.

장씨는 어쩔 수없이 자신이 신천지교인이며 가족들에게 납치돼 감금 상태에서 강제로 개종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없는 육지로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자신이 개종교육에 끌려오기 전까지 직장생활도 잘하고 가족들과 연락도 하면서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냈음을 피력했다. 

◆납치·감금 알렸지만, 가해자에게 돌려보낸 경찰

그러나 장씨가 신천지교인이라고 밝힌 이후 경찰 중 한 명이 “신천지는 전 재산을 빼앗는 아주 심각한 곳”이라며 장씨를 납치·감금한 가족을 두둔했다. 이어 경찰의 연락을 받은 큰오빠와 엄마가 파출소에 도착했다.

파출소로 들어오는 큰오빠를 본 장씨는 너무 두려운 마음에 파출소를 뛰쳐나가려 했지만 큰오빠는 “얘가 신천지에 가려고 하는 거니 막아야 한다”고 소리쳤고, 경찰은 “가족에게 이러면 안 되지”라면서 장씨에게 호통을 쳤다. 그리고 네 명의 경찰이 장씨에게 달려들어 양어깨와 팔을 잡고 못 나가게 제압했다. 장씨가 “왜 못나가게 하느냐, 제발 나가게 해달라”고 소리칠수록 경찰들은 장씨를 강하게 제압했다. 

가정폭력을 호소하며 가해자인 가족과의 분리를 요청한 피해자에게 경찰이 가해자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피해자를 호통치고 제압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에게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장씨의 신발은 벗겨지고 옷매무새는 다 망가졌다. 그 사이 어떻게 알았는지 파출소 앞에 찾아온 펜션 주인은 “신천지가 문제”라고 소리쳤다. 장씨는 그때 비로소 신천지교인을 대상으로 강제개종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을 펜션 주인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실랑이 끝에 경찰은 감금과 납치가 두려워 가족에게 돌아가기 싫다는 피해자 장씨의 의견을 묵살하고 장씨를 다시 가족에게 돌려보냈다. 경찰은 큰오빠에게 ‘장씨를 강제로 교육해서는 안 된다’는 훈계를 하고 ‘바로 광주로 데리고 내려가라’고 권고만 했다. 첫 번째 탈출 시도는 이처럼 도움을 청한 경찰이 가해자인 가족에게 장씨를 다시 돌려보내면서 어이없이 수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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