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한 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 간, 계층 간 갈등과 이로 인한 편견과 차별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같은 국민끼리도 동과 서로 나뉘고, 너희와 우리로 나뉘는 판에 외국인을 향한 태도는 오죽하겠는가.

최근 부산에서 한 어린이의 교통사고를 막으려던 콜롬비아인에게 욕설을 퍼붓고 몸싸움 도중 바닥에 넘어뜨린 60대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2001년부터 한국에서 사는 콜롬비아 국적의 레오 멘도자(43)씨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멘도자씨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알림, 경찰에 체포되는 것을 피하도록 경고함!”이라는 내용의 글에서 자신들이 당한 일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멘도자씨와 그의 한국인 아내는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다가 교통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목격했다. 주차장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는 길에 차가 한 대 진입하고 있었는데 운전자가 차 앞에서 뛰어다니는 남자아이를 못 보는 것 같자 멘도자씨의 아내가 비명을 질렀고, 다행히 운전자가 아이를 발견하고 차를 멈추면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한국어가 서툰 멘도자씨가 어린이의 어머니에게 영어로 “어린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어떡하느냐”고 충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갑자기 아이의 할아버지가 오더니 “니 아이도 아닌데 그냥 가라”는 말과 함께 욕설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몸싸움까지 하면서 멘도자씨를 넘어뜨리고 누르기까지 한 것이다. 이에 멘도자씨의 아내가 이 장면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기 시작하자 아이의 어머니는 전화기를 빼앗아가기도 했다. 마트 직원이 싸움을 말렸지만 아이의 할아버지가 계속 욕설을 하자 멘도자씨의 아내가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은 경찰서에서 또 한 번 일어났다. 아이의 할아버지가 경찰서에 가서도 멘도자씨를 폴란드인으로 착각하고 “폴란드 새끼”라고 쏘아 붙였고, 콜롬비아인인 것을 알고 나서는 “더 못한 데서 왔네. 재수 없는 콜롬비아 새끼”라고 인신공격을 한 것이다.

이에 멘도자씨 부부가 경찰에게 인종차별적 언행을 자제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의 대답은 부부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깜둥이’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하느냐며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합의를 권유한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뒤인 지난 3일 멘도자씨는 페이스북에 “(부산 연제경찰서) 서장이 직접 전화해 사과하고 외국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교육에 더 신경쓰겠다”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멘도자씨의 사례와 비슷한 일들은 지금도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가와 인종에 따라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종교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들이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런 차별과 갈등을 보면 발전한 민주주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인정받았던 ‘촛불집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옳은 일이라도 내 기분이 안 좋으면 나쁘고 싫은 일로 치부하고 우격다짐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일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절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우리보다 못난 사람이 아니다. 가족을 위해, 나아가 자신의 조국을 위해 머나먼 타국에 와 여러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일하는 그들을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저울질한다는 말인가.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말이 있다. 당장 내가 급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 간절한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어렵고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떠났던 이들 또한 머나먼 타국에서 인종차별을 견디며 살아 왔다. 내가 직접 겪는 일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역지사지라는 말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줄 알아야 한다. 측은지심이라 하지 않는가. 사람이 상대방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함께 살아가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을 무시하는데 상대방이 나를 존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먼저는 내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갈 수 있어야 하며, 편견과 차별 없이 상대방을 대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먼저 변해야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고 변화될 수 있다. 공중도덕, 천륜과 인륜 등이 바닥에 떨어진 시대라고 혀를 끌끌 차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세상의 편견과 자신의 아집을 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랜 세월 몸에 밴 습관이나 사상이 쉽게 변화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세상,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으로 바뀌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편견과 차별이 없는 세상, 그것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