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롯데제과 공장 순시하는 모습. (제공: 롯데그룹)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빚진 50만원(5만엔)으로 시작된 롯데그룹이 3일 한국에 뿌리를 내린 지 50주년을 맞았다. 8억원 매출(롯데제과)로 시작해 올해 지천명(知天命)을 맞은 롯데그룹은 반백년 만에 매출은 11만 5000배 성장한 92조원(2016년 기준)으로 뛰었고 국내외 임직원 12만 5000명을 거느린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 신격호총괄회장 젊은 시절 모습. (제공: 롯데그룹)

◆문학소년의 사랑 ‘롯데’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문학을 사랑했고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스무살 청년 신격호(辛格浩). 5남 5년의 맏이던 청년은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1942년 21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팔이와 우유배달을 하면서 일본 와세다 대학까지 진학했다.

그의 신용과 성실함을 지켜본 일본인 하나미쯔(花光)는 5만엔을 투자하며 사업을 권했고 이를 계기로 선반용 기름제조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군의 공습으로 두차례나 공장이 전소되는 시련을 겪었다. 포기란 없었다. 1946년 3월 와세다 고등공업 이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허물어진 군수공장에서 수제 비누를 만들어내면서 진정한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물자가 부족으로 허덕이던 시절 비누는 무섭게 팔려나갔고, 1년도 안 돼 빚진 5만엔을 모두 갚고 하나미쯔에게 별도로 집을 장만해 줄 만큼 돈을 벌었다.

대박행진은 ‘껌’으로 이어졌다. 1947년 신 총괄회장은 남미산 천연수지로 생산한 껌을 내놨고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 성공을 기반으로 마침내 1948년 6월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그가 고학생 시절 밤새워 읽던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의 이름에서 회사명을 따왔다. 그녀처럼 모든 제품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작명이었다.

◆韓상륙 50년 만에 11만배 성장

▲ 1979년 3월 10일 개관한 롯데호텔서울 외관모습(왼쪽)과 호텔롯데 전관 개관행사 테이프커팅식. (제공: 롯데그룹)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신 총괄회장은 기업보국(企業報國)이라는 기치 아래 한·일 수교 이후 1967년 4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롯데제과를 설립,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1974년과 1977년 칠성한미음료와 삼강산업을 인수해 각각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현 롯데푸드) 등을 설립하면서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식품업계를 섭렵한 신 총괄회장은 호텔롯데(1973년)와 롯데쇼핑(1979년)을 설립하면서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관광산업의 현대화 토대를 닦았다.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국제수준의 관광상품도 없던 시절 그의 투자는 대단한 모험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신념과 결단으로 1979년 동양 최대 특급호텔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이 문을 열었다. 2010년 롯데호텔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한국 호텔 최초로 해외 체인을 여는 등 글로벌 체인으로 성장했다. 1979년 완공한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본점) 역시 신 총괄회장의 결단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영세 백화점만 있던 시절 국가 경제 발전과 유통업 근대화를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도전, 현재까지 업계 1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1978년 평화건업사(현 롯데건설) 인수, 1979년 호남석유(현 롯데케미칼) 인수, 롯데전자, 롯데상사 설립을 통해 국가 기간산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이후에도 편의점(코리아세븐), 정보기술(롯데정보통신), 할인점(롯데마트), 영화(롯데시네마), 온라인쇼핑(롯데닷컴), SSM(롯데슈퍼), 카드(동양카드 인수), 홈쇼핑(우리홈쇼핑 인수) 등으로 계속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 1979년 12월 17일 개점한 롯데쇼핑센터 외관(왼쪽)과 개장 테이프 커팅식이 진행되는 모습. (제공: 롯데그룹)

국내에서 무섭게 성장한 롯데를 글로벌로 내놓은 건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선 후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2004년 10월 롯데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하며 경영 일선에 나선 신 회장은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해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재투자를 통해 그룹을 키워나갔다. 특히 2006년 롯데쇼핑을 한국과 영국 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면서 내수기업의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50년간 양적성장기를 보낸 롯데그룹은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거버넌스(governance) 강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50년을 질적성장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최근 신설된 4개 사업부문별로 옴니채널, AI 기술 도입 등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대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룹사 간 사업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다.

▲ 신동빈 롯데 회장이 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제공: 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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