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초연의 패기 vs 고전의 힘…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지역 예선 시작. (제공: 서울연극협회)

8~27일 강동아트센터서 진행
서울시 9개 지역구 작품 경선
꿈·욕망·가족 등 다양한 소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진출을 위한 서울지역 예선이 시작됐다. 서울을 대표하는 9작품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서울연극협회와 강동아트센터가 공동주최하는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가 오는 8일부터 27일까지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열린다. 6월에 있을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의 본선티켓을 두고 서울시 9개 지역구 대표 작품들이 벌이는 예선대회다. 서울연극협회 산하 9개 지부(강동, 서대문, 서초, 강북, 금천, 구로, 동작, 노원, 양천)가 각 작품 활동을 지원·운영한다.

서울연극협회는 시민들이 연극과의 거리를 좀 더 가깝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부터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를 자치구 중심으로 개최한다.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가 서울 연극의 중심인 대학로에서 각 지역구의 공연장으로 나아간다”며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각 지역을 중심으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연극 축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특히 올해 참가 작품들은 꿈, 역사, 전통, 삶과 죽음, 인간의 욕망, 가족 등 다양한 소재를 각기 다른 표현방식으로 작품에 녹여냈다”며 “관객들은 높은 완성도의 작품과 골라보는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동 대표 ‘인생 오후 그리고 꿈(창작초연)’은 인생의 막바지인 노년에서야 젊은 날의 꿈이었던 무대를 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이야기 한다. 뮤지컬 ‘페임’의 노년 버전이라 할 수도 있다. ‘페임’이 젊은이들의 꿈에 대해 노래했다면, 이 작품은 젊은 날의 온 힘을 다해 살아온 이들이 무대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희망을 노래한다. 특히 이 작품은 무대 위에 객석을 마련해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공연이다.

서대문 대표 ‘국군의 작별식’은 국민성 작가의 자전적 작품으로 자신의 실제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극중 아버지는 중풍과 함께 말기 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런 자신의 존재가 가족들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는 죄책감에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매우 극단적인 내용이지만, 이 작품은 아버지의 존재조차 물질적 가치에 의해 평가 될 수밖에 없는 이 시대를 살아 내고 있는 삶에 대해 관객들이 사유하고 고민할 수 있게 만든다.

서초 대표 ‘주막(The riverside inn)’은 나그네들이 쉬어가며 숙식을 해결하던 곳이자 술 한 잔, 국밥 한 그릇으로 서민들의 시름을 달래주던 마을의 힐링처였던 주막을 죽음과 삶의 경계선으로 보고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으로 설정했다. 김대현 작가 겸 연출은 우리 음률과 전통적인 소리를 사용해 죽음이라는 소재를 유쾌하게 다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라며 죽음을 바로 보는 것과 삶에 대한 고찰에 진지하게 접근했다.

강북 대표 ‘화(창작초연)’는 1960년 4.19 혁명의 과정을 펼쳐내는 다큐극으로 사실을 바탕으로 그 당시를 재현해가고 있다. 제목인 ‘화’는 불(火)이고, 꽃(花)이며, 자유를 구하는 사람들의 어울림(和)이고, 변화(化)에 대한 갈망을 나타낸다. 어이없는 것들과 진지하게 맞선 사람들, 희극이면서 비극인, 비록 슬프지만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금천 대표 ‘보이지 않는 하늘(창작초연)’은 6.25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렸지만 결국 전사 소식을 듣게 되는 아내의 이야기다. 남편의 죽음 후 새로운 삶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 없을 찾을 수 없는 그녀는 그대로 머물러 있는다. 이 공연은 아내의 모습을 통해 평화를 갈망한다하면서 지속적으로 상대방을 도발하고 더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현 시대를 꼬집는다.

구로 대표 ‘조선땅 집시로소이다(창작초연)’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나같이 주류에서 빗겨난 청춘들의 이야기다. 그저 자유롭게 불태우고 싶었던 이들의 외침을 즐겁게 담아내고 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을 연기와 무대조명, 음향 등을 통해 부드럽게 풀어냄으로써 소시민의 소박한 짓거리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 이 공연의 핵심이다.

동작 대표 ‘산불’은 한국전쟁 직후, 소백산맥의 한 두메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인물과 인물간의 갈등, 인물과 운명간의 갈등, 이데올로기간의 갈등을 극으로 표현함으로써 한국전쟁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노원 대표 ‘산송(창작초연)’은 두 집안의 묘지에 관한 송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과거의 죽은 사람들이 가문의 체면을 위해 현재의 산사람들을 죽인다는 주제는 아이러니하고 씁쓸하지만, 작가가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해학적이다. 작가는 과거의 허례허식에 얽매여 현재의 삶을 갉아먹고 있는 우리 사회를 작품에서 비판한다.

양천 대표 ‘안개섬’은 밀폐된 공간 안의 군상들의 혼란스럽고 부조리함을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탁함과 가려진 이미지가 현시대를 대변한다. 이 공연은 깔끔하고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답답함과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한편 본 행사는 지방연극의 창작 활성화를 위해 1983년 ‘전국지방연극제’라는 명칭으로 개최 한 후 1988년 전국연극제로 변경해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지역에서 경연형식으로 이어졌다. 2016년부터 서울지역의 참가를 계기로 ‘대한민국연극제’로 명칭이 변경돼 현재까지 이른다. ‘대한민국연극제’ 본선대회 대상은 상금 3000만원과 대통령상의 훈격을 가진다.

대한민국연극제 본선대회 출전 할 서울대표팀은 오는 27일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이후 6월 2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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