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일간 납치 감금 당한 상태서 강제 개종교육을 받은 장은영(가명, 24, 광주광역시)씨가 처음 납치됐던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 펜션 앞에 서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천지예수교회 여청년 피해실화 

모친 핸드폰서 개종목사 번호 발견
연말가족모임하자 연락에 본가 방문
가족과 생면부지 남성에 납치 당해 
광주서 4시간, 제부도 펜션에 갇혀 

[천지일보=송태복‧김도은 기자] “딱 죽고 싶었어요. 처녀 몸으로 생면부지의 남성과, 두 오빠, 남동생, 삼촌의 감시를 받으며 두려움과 수치심 속에서 두 달 가까이 개종교육을 받았는데 전 약과라더군요. 돈에 눈멀어 인권도 헌법도 짓밟는 개종목자들이야말로 한국판 IS입니다.”

지난달 9일 본지는 무려 56일간이나 납치·감금돼 목사·전도사·집사 등 일명 개종목자 6명에게 강제개종교육을 받다 탈출한 장은영(가명, 24, 광주광역시)씨를 장씨가 처음 끌려갔던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에서 만났다. 11일간 감금됐던 제부도 펜션은 밀물 때면 꼼짝없이 갇히는 섬에 위치했다. 

장씨를 만난 9일 국제사회에선 이슬람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개종을 거부하고 탈출한 50대 크리스천 맹인 여성이 화제였다. 그녀는 “IS 군인에게 ‘모든 사람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 난 하나님을 믿는다. 당신들은 사람을 죽이고 겁을 주고, 죄를 짓고 있다. 난 당신과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종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장씨 역시 “신천지가 다단계라는 등 온갖 거짓말로 가족을 세뇌시키고, 인권유린까지 종용하며 개종을 강요하는 개종목자들을 보면서 희미했던 신천지 신앙이 오히려 확고해졌다”면서 “신앙의 양심을 버리고 거짓말과 인권유린을 일삼는 자들의 소속이 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가족을 다시 만나게 해준 신천지예수교회

장씨는 가정불화를 겪으며 자랐다. 1335 여성긴급상담전화의 도움을 받아 여성쉼터와 청소년쉼터를 전전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20세가 되던 해 분가해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직장생활을 하며 지냈다. 

힘든 시절 장씨가 유일하게 의지한 것은 교회와 성경이었지만, 성경은 읽어도 뜻을 알지 못해 늘 답답했다. 그러던 중 2014년 21살 되던 해 우연히 신천지예수교회에서 운영하는 선교센터를 접하면서 말씀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됐다. 센터에서 “영적 부모인 하나님뿐 아니라 낳아주신 부모님과 가족에게도 잘해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은 장씨는 부모와 형제에 대한 원망을 이기고 어렵게 다시 연락하며 지냈다. 

1년여 만에 다시 딸을 만난 엄마와 형제들은 이전과 달리 장씨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주1~2회 본가에 찾아가 식사도 같이하면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2015년 3월경 장씨가 신천지예수교회에 다닌다는 것을 엄마가 우연히 알게 됐고 엄마는 이를 큰 오빠에게 알렸다. 당시 장씨의 큰오빠는 신천지를 비방하는 장로교회에 출석한 지 1년 정도 된 상태였지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가족과 재회 2년 만에 벌어진 납치‧감금 

그렇게 딸로 직장인으로 신앙인으로도 별 탈 없이 지내던 장씨는 2015년 11월 우연히 엄마의 핸드폰에서 강제개종교육으로 악명 높은 안산상록교회와 광주 주원교회 강모 목사 전화번호가 저장된 것을 봤다. 장씨는 당시 큰오빠와 삼촌 이모가 광주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개종브로커 박모씨를 광주역 인근 카페에서 만나 강제개종교육을 모의했다는 것도 사건 이후에 알게 됐다. 그즈음 평소 연락이 뜸하던 큰오빠가 갑자기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지만 장씨는 직장 때문에 제주도에 갈 수 없다며 거절한 일도 있었다. 

가족과 다시 만난 지 2년 정도 된 지난해 12월 31일 퇴근 시간에 맞춰 엄마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연말이니 엄마 집에서 가족 모임이나 하자”고 했다. 별다른 의심없이 본가에 도착했을 때 장씨는 평소와 다른 기운을 느꼈다. 평소 집에 오지 않는 큰오빠와 큰오빠 친구 박성걸이라는 생면부지의 남성까지 와 있었다. 장씨는 후에 엄마를 통해 박성걸이 안산(안산상록교회 파견자로 추정)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성걸이 본명이 아니라는 것도 우연히 알게 됐다. 

장씨가 집에 도착하자 큰오빠가 식사하러 나가자면서 갑자기 장씨에게 팔짱을 꼈고, 박성걸은 반대쪽 팔짱을 꼈다. 그렇게 끌려가다시피 차에 오르는 순간 큰 오빠는 장씨의 핸드폰을 뺏었다. 납치를 직감한 장씨가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승용차는 안에서 열지 못하게 개조된 상태였다. 장씨의 큰오빠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교회 교육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장씨가 소리치고 반발할수록 오빠의 욕설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작은 오빠와 박성걸은 “신천지는 다단계와 똑같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장씨가 어디로 가는지 수차례 물었지만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큰오빠와 모르는 남성에게 팔짱을 끼인 채 두려움과 모욕감을 느끼며 4시간가량 어두컴컴한 밤길을 달리는 차에 있어야 했다. 

한 밤 중에 승용차가 처음 도착한 곳은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 인근 여관이었다. 여관방 하나를 얻어 엄마와 두 오빠, 박성걸, 막내 남동생까지 여섯 명이서 지쳐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30~40분을 더 달려 썰물 때에 맞춰 제부도 펜션에 도착했다. 그곳은 밀물 때는 배를 타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섬이었다. 펜션에 도착하자 가족들은 20㎏의 쌀과 라면, 반찬 등 최소 2주는 먹을 식량을 내려놨다. 개종교육은 그렇게 철저한 사전준비 속에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 56일간의 납치감금 탈출기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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