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국내 유명인사 가운데 프로야구를 즐기는 인사들이 의외로 많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틈날 때마다 야구장을 찾았다는 정 전 총장은 올해 개막전에서도 어김없이 잠실야구장에 모습을 내비친 열렬 야구팬이다. 서울대 총장 시절이나 국무총리 재직 시에도 주변사람들에게 ‘야구광’으로 소문난 그는 지난 금요일 개막된 2017 프로야구 경기를 직접 관람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그만하면 공인된 ‘야구광’이라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날 또 한 사람의 귀빈이 있었으니 바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이다. 어쩌면 이분이 정 전 총장보다 더 지독한 야구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의 행적에서다. 2017 KBO프로야구 개막 경기를 보러 멀리 미국에서 한국에 온 리퍼트 전 대사는 자비로 항공료에다 입장료까지 냈다니 그 열정이 참으로 대단하다. 주한미국대사 시절에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팀을 응원하는 그의 모습이 신문보도를 통해 여러 번 본 적은 있었지만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귀국해서도 다시 잠실야구장을 찾았다는 것은 상식선을 뛰어넘는 각별한 행동이다.  그만큼 두산 베어스를 열렬히 사랑하고 또 한국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증표라 할 것이다.

새 봄과 함께 드디어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작년 가을야구가 끝난 이후 겨울을 보내는  동안 선수들은 연습경기와 훈련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 유지로 올해에도 변함없이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려 무진장 노력했을 테고, 그에 못지않게 팬들은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나 스스로도 겨울 스토브리그 동안 언론에 보도되는 야구 기사를 검색해보면서 호감이 가는 몇몇 선수의 동정과 소식을 염탐하곤 했다.

올해로 한국 프로야구 역사는 36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 1982년 3월 27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 간 경기가 시작된 이후 프로야구는 꾸준하게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이제는 명실공히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야구 원년 143만명의 관중에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800만명 관중을 돌파했으니 지속적인 관중 증가가 그 증명인 셈이다. 그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걸출한 선수들이 많았고, 야구스타들의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니 야구장에 울러 퍼질 함성만큼 그들의 인기는 더 피어날 것이다.

이렇듯 프로야구는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했던 많은 사람들은 개막식에 이은 연속 경기 관람차 운동장을 찾았거나 TV로 시합을 지켜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때로는 각본 없는 명승부에 관중들이 매료되기도 하는데, 선수들의 호투호타가 이어질 때마다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으로 야구장이 후끈하게 달아오른다. 올해 프로야구는 한 팀당 144경씩 모두 720게임이 펼쳐지는 바, 스타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과 함께 몇몇 선수들이 각종 기록에 도전하고 있어 더욱 재밌게 펼쳐질 것으로 자못 기대가 크다.

올 시즌을 뛰는 프로선수들은 저마다 빼어난 활동으로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요량이겠지만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최대 화두는 3명의 스타 선수에게 모아지고 있다. 이승엽(41)과 이대호, 그리고 최형우 선수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게 되는 삼성 라이온즈의 최고령 이승엽 선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타자이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그는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만 443홈런 2024안타 1411타점 1290득점을 올렸는데, 일본 무대에서 뛴 8시즌 동안의 기록을 제외하고서도 통산 홈런 및 타점 1위에 올라 있으니 ‘국민타자’라는 명성이 잘 어울린다. 22년 프로야구의 인생 마감을 앞둔 이승엽 선수의 마지막 불꽃 투혼이 매순간 빛나리라.

돌아온 부산갈매기, 이대호 선수의 활약도 기대된다. 2010년 한국야구에서 ‘타격 7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고 일본, 미국 등 해외 무대에 진출했던 그가 다시 고향 팀 롯데 자이언츠에 몸담았다. 4년간 150억 몸값의 이대호 선수를 향한 롯데 팬들의 ‘대~호~’ 사랑은 극성인데, 이는 오랫동안 진출하지 못했던 가을야구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니겠는가. 또 연고지 팀에 둥지를 튼 작년 홈런왕 최형우 선수를 맞이한 호남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홈런왕과 타점왕 자리를 두고 이 두 선수가 펼치는 선의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이와 함께 삼성 박한이 선수의 17년간 연속 100안타, 한화 정근우 선수의 12년 연속 20도루, 두산 니퍼트 선수의 외국인 선수 최초로 2년 연속 20승과 한화 배영수 선수가 역대 최다승 130승 고지에 오를 것인지, 신기록 도전은 야구계와 팬들의 관심사인 것이다. 이처럼 스타선수와 스타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프로선수들의 열전 투혼장(場), 올해 KBO프로야구는 팬들의 기대 반, 설렘 반의 분위기 속에서 시즌이 열렸다. 어느덧 출범 36년, 한국 프로야구 중년기를 맞아 프로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멋진 플레이와 팬들의 더 성숙한 관람 매너로 국민사랑을 받아 올 시즌 흥행 대박 터트리기를 한껏 기대해본다. 꿈의 ‘플레이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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