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가 ‘정치와 종교, 공약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진행한 ‘종교평화 문화정착을 위한 토론회’에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상임고문이 ‘종교차별’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선 앞두고 ‘종교차별금지’ 요구하는 종교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5월 9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종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7개월이나 앞당겨진 대선으로 후보자들이 종교계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채 공약을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발 빠르게 움직인 개신교는 보수-진보진영이 서로 다른 요구사항을 내놓고 있으며, 불교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았던 ‘종교차별’ 문제가 종교계 내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가 진행한 ‘종교평화 문화정착을 위한 토론회-정치와 종교, 공약 가이드라인’에서 동국대 법학과 김상겸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종교차별을 금지하는 법과 제도를 구축하고 종교 간 갈등과 분쟁을 무마해 종교적 평화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겸 교수는 ‘대선공약과 정교분리 원칙’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종교차별을 금지하겠다는 대선공약은 굉장히 중요한 것임에도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은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선후보자들의 이러한 행태는 선거운동의 대상인 종교계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도 “정부의 공직자종교차별예방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각에서는 종교차별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종교차별금지 공약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종교백화점국가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며 “종교 간 갈등은 국가와 사회발전을 저해하고 개인생활을 피폐하게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종교차별금지를 넘어서 우리사회에서 존재하는 차별의 영역을 없애는 대선공약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정부 불교계 종무 정책 평가 및 차기 정부의 과제 구상을 위한 정책 토론회’ 토론회에서 정의평화불교연대 박병기 교수는 정부의 종교정책 방향에 대해 “모든 국민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는 종교 간 공존을 위해 종교 전파의 과정에서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신교 진보진영은 종교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있어지는 차별에 대한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국민주권 시대를 위한 NCCK 19대 대선 정책제안’으로 발표한 정책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포함돼 있었다. NCCK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출신학교,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이뤄지는 차별을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예방해야 한다”며 인권을 강조했다.

한편 31일 조계종 종평위가 진행한 토론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검증 기준도 제시됐다. ‘선출공직 진출 후보자 검증의 불교적 기준’을 주제로 발표한 인천대 윤세원 교수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종교인도 종교인이기 이전에 민주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정교분리의 원칙이 종교인의 참정권 행사를 방해하는 도구로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 그는 불교의 정치적 가르침이 공공성을 상실한 권력에 대한 강력한 도덕적 견제이며, 통치자의 타락에 대한 윤리적 예방책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윤 교수는 선출공직 진출 희망 후보자들에 대한 더욱 엄격한 선택기준이 필요하다며 ▲선출과정의 정당성과 통치자질에 대한 검토 ▲투명성과 공공성 ▲경제운용능력과 인간관에 대한 검증 ▲도덕적 행위의 솔선수범 여부 ▲정책의 추진능력과 지혜 ▲‘힘의 비공식적 행사’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 ▲공동체의 전통과 관습, 정신적 유산의 존중여부 ▲약자에 대한 보호 ▲약속과 규율에 대한 존중심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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