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가격이 높은 평촌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미분양 아파트·급매물 적체 증가, 더딘 경제회복·보금자리 탓

[뉴스천지=김두나, 김지윤 기자]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까지 절정에 달했던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아파트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2월 말 기준 2만 7000여 가구로 지난달보다 5.8% 증가했다. 현재 상황이 부동산 침체기인지, 회복기인지에 대한 진단은 엇갈리고 있지만 매매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평촌신도시는 2006년 4월 전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다. 이때 당시 7.0%가 오른 평촌 아파트 가격은 서울 강남구와 분당지역의 상승률인 6.9%보다 높았으며, 3.3㎡당 평균 매매가는 1000만 원을 호가했다. 이같이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급매물뿐만 아니라 인기가 덜한 저층과 소형 매물까지도 눈 깜짝할 사이에 팔려 나갔다.

◆ 잘나가던 급매물 안 팔려

2010년 평촌신도시 아파트 몸값은 여전히 높다. 국민은행부동산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기준 평촌신도시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400만 원대를 기록했다. 평촌동 내 아파트 82㎡형 가격은 안양시내 아파트 105.79㎡형과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평촌신도시 아파트 시장은 4년 전만큼 호재를 기대하기 어렵다. 평촌동 한빛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평촌신도시 부동산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장이 위축되면서 급매물을 내놔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집값 하락 요인, 경기침체‧주택정책‧과잉공급 등

전문가들은 수도권 아파트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전반적인 실물 경기의 더딘 회복세와 정부의 주택정책,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을 지목한다. 그 중에서도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소득 규모에 따라 주택담보 대출금액의 상한선을 제한)이 주택시장에서 강력한 규제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트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지역과 경기·인천지역에서 6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년 대비 2.1% 줄었다. 2009년 9월 정부가 DTI 규제를 기존의 투기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만 적용하다 서울·인천·경기 전역으로 확대한 지 반년 만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완중 금융시장팀 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 양도세 감면 종료 등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밀어내기식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며 과잉공급의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관련해 “보금자리주택 사전청약제 실시로 기존 청약제의 입주대기 시점인 2.5년~3년이 3.5~4년으로 늘어났다”며 “이에 따라 대기수요가 발생했고 저가 아파트 물량의 수요 역시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 평촌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 매매가 하락… 정상화 과정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내림세는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된 아파트 가격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원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며 지방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라고 전망했다.

우선, 도시화의 속도 정체가 신규 아파트 수요 창출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연평균 도시화율 상승률은 1975~1980년 3.4%에서 2005~2010년 0.3%로, 수도권 인구 증가율은 2001년 2.8%에서 2010년 2.1%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에 따른 30~40대 실수요 인구 감소도 아파트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수도권 30~40대 인구는 2013년 876만 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아파트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구입 능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과 금융권으로부터 추가적인 차입 여력 역시 거의 소진된 점도 매매가 내림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아파트 값이 소득보다 높아 가계 부채 비율이 상승하면서 금융권으로부터의 대출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보금자리주택과 장기전세주택으로 인해 매매보다 전세 쏠림 현상이 나타나 아파트 매매가를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급물량 조절 가능한 정부정책 시급

수요와 공급, 정부정책의 삼박자로 이루어진 주택가격은 정부의 주택금융규제 이후 안정세를 띠고 있지만 거래부진의 장기화와 과잉공급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DTI 규제 완화,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 조절 등 정부정책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임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급락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주요 원인을 점검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예컨대 보금자리주택, 장기전세주택(Shift, 시프트) 등의 분양시기를 연기한다든지 해서 공급물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완중 금융시장팀 연구위원은 “정부정책 요인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실거래가 가능토록 자금유입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양도세 감면 혜택에서 제외된 수도권 지역도 대상범위에 포함시키거나 보금자리주택 사전청약제 입주대기 시점을 조절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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