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클라이슬러 차량, 미국 당국도 조사중
프랑스당국, 르노·푸조 배출가스 조작 검찰 고발
한국 환경부 등 이들 차량에 대해 조사 없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독일 교통부(KBA)가 최근 이탈리아 완성차 회사 피아트의 차량에서 새로운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KBA는 “피아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500X에 대해 시동을 건 후 90분이 경과되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고의적으로 끄는 차단장치(Defeat Device)가 장착된 것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차는 국내에도 수입됐다.

이는 유럽의 배출가스 인증시험이 시험실 구동장치 위에서 20분정도 걸리는 것을 알고 이 시험이 끝나면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꺼지도록 소프트웨어 설정된 것이 조작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KBA는 지난해 피아트·크라이슬러가 500X에 시동을 건 후 22분이 경과하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끄는 차단장치가 장착됐다고 발표했고, 이탈리아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힘겨루기를 해왔다. 이번에 또 다시 새로운 조작 장치를 찾아내면서 양국 당국 간 신경전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KBA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를 엄중히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독일 유력 환경단체로부터 지적받은 바 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스바겐 사태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피아트·크라이슬러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서는 미국 환경당국인 환경보호국(EPA)과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독일 KBA의 피아트 차량에 대한 새로운 조작장치 발견은 미국 환경당국의 조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독일·프랑스 등의 환경당국들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실을 발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환경당국은 해당 수입차량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앞서 프랑스 환경당국은 지난 2015년 폭스바겐 조작 발견 이후 GM 일부와 르노, 푸조 차량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재무부산하 공정위(DGCCRF)는 배출가스 조작 의혹의 있다며 검찰에 고발 조치를 취했고 이후 두 달 후 프랑스 검찰이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포춘지 등에 따르면, DGCCRF는 르노그룹 카를로스 곤 회장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을 담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국내 환경부는 피아트크라이슬러·르노·푸조 차량들에 대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

연일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있고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질소산화물인 만큼 이번 디젤 차량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 최근 독일환경당국 KBA가 피아트크라이슬라의 피아트 500X 차량(사진)에서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차량은 국내에도 수입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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