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과실연 공동대표 

 

지하철을 자주 탑니다. 서울 지하철을 잘 만들었고, 잘 관리하고, 잘 운영한다는 생각이 납니다. 대한민국에서, 한국 지하철은 한국다워야 합니다. 서울 지하철이 한국답고 서울다운 게 되도록 몇 가지 짚습니다.

국어기본법은 국어를 쓰라 합니다. 법을 떠나, 우리 바탕에 깔린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자연스레 ‘왼쪽 오른쪽 위로 아래로 빨리 천천히’ 이런 말을 씁니다. 그런데 이를 글로 적거나 방송하려 하면 그 순간에 하는 한자를 찾아 적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나 봅니다. 보통 얘기할 때는 ‘탄다, 내린다, 차가 선다, 갈아탄다’라고 하는데 지하철에 가면 승차, 하차, 정차, 환승 같은 한자말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우리말을 써야 쉽고 제대로 알아들을 텐데도.

열차 타는 곳에 덧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문을 ‘스크린 도어’라고 부르는데, 왜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알아듣게 ‘안전문 덧문 가림문 보호문 안전덧문’ 따위로 부르면 더 좋을 텐데. 영어 사전에 스크린 도어는 ‘문의 바깥쪽에 달리며, 망사로 만든 문을 말하고, 곤충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이 설명대로라면 우리는 ‘벌레’ 취급을 받는 셈입니다. 몇 년 전 박원순 시장은 이름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도 방송에는 스크린 도어라 합니다.

지하철에 배낭을 멘 사람이 많습니다. 배낭을 멘 사람은 편할지 모르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은 힘듭니다. 비좁은 열차 칸에서 등에 멘 짐은 다른 사람을 숨 막히게 합니다. 열차에 타면 배낭은 벗어 짐칸에 올리거나, 손으로 잡고 아래로 내립시다. 

열차 안에는 열차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시가 있습니다. 좀 오래된 열차에는 미리 준비된 노선도에 불빛으로, 최근 제작된 열차에서는 액정화면에 표시합니다. 그런데 표시되는 방향이 실제 진행방향과 거꾸로 표시하는 것도 있어 부자연스럽습니다. 인쇄된 노선도에서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액정화면에 표시하는 것은 진행방향과 표시 방향을 같게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다. 승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습니다.

열차가 들어올 때 ‘띠띠 띠띠띠…’ 하는 알림음악이 나옵니다. 이 소리는 어느 외국 작곡가의 곡인가 봅니다. 서울 지하철은 외국인도 많이 이용합니다.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서울 지하철에서 진도 아리랑 같은 우리 가락을 틀면 훨씬 좋지 않을까요?

열차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습니다. 옆 사람에게도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을 자주 만납니다. 그 사람에게 좋은 소리라도 옆 사람에게는 찍찍거리는 소음으로 들린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나 봅니다. 그런 사람 옆에 잘못 서는 때에는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나 싶어 아득해집니다. 대부분 그냥 참고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에게 소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려 줍시다. 그 사람은 모르고 그럴 수도 있고, 그 한 사람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불편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외국인도 우리나라에 왔을 때 우리다운 것에 더 감동할 것입니다. 가장 우리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입니다. 그런 눈으로 서울 지하철을 바라보고 가꾸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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