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김용택(1948~  )

바람 부는 나무 아래 서서

오래오래 나무를 올려다봅니다.
반짝이는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

그러면
당신은 언제나 오나요.

 

[시평]

바람 부는 나무 아래에 서서, 수많은 나뭇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양을 올려다보면, 바람에 온몸을 이리저리 뒤흔드는 나뭇잎들이 마치 수많은 생각을 지니고, 그 수많은 사유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듯, 그렇게 보일 때가 있다. 바람에 이리저리 뒤집히는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치며 마치 반짝이는 수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키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생각의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그 많은 생각 속, 문득 그리운 사람이 생각난다. 기약 없이 떠난 그리운 사람. 떠났으므로 나에게 더욱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한 그 사람. 저 반짝이며 서로 부딪치는 나뭇잎 마냥, 수많은 생각을 나에게 하게 한 그 사람. 그 사람 생각이 난다.

바람 부는 나무 아래에 서서, 바람에 나부끼는, 그래서 반짝이는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그 나뭇잎 부딪는 소리만큼이나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한 그 사람 생각을 하며, 문득 그리워지는 그 사람. 그러면 당신은 언제 오시나요. 이룰 수 없는 소망마냥, 오늘도 그저 혼잣말로 조용히 되뇔 뿐이다. ‘그리움’이란 우리에게 수선스러운 것도 아니고, 또 요란한 것도 아니다. 이렇듯 다만 혼자 조용히 되뇌는 것, 그것이 진정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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