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오는 5월 20일 정식 개장하는 국내 첫 고가 보행로 ‘서울로7017’과 인근 대형빌딩을 각각 연결하는 공중 연결통로 설치를 완료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공중 연결통로 조감도. (출처: 서울시청)

5월 개장 앞두고 막바지 공사

관광·문화거점 재생공간 목표

주민 “의견 전혀 반영 안 돼
아무것도 못해서 포기 상태”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안전 문제로 철거가 예정된 서울역 고가도로를 국내 최초의 공중보행로로 재생하는 ‘서울로 7017’이 오는 5월 20일 개장을 앞두고 있다. 고가도로 위쪽은 물론이고 그 아래쪽에서도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주변 동네 주민들은 기대감보다는 우려를 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중점 추진사업인 ‘서울로 7017’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동서 간의 보행연결축을 조성해 사람이 모이고 활력이 넘치는 복합 재생공간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파생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도 추진된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주민협의체와 자생적 재생 토대를 마련하고 부문별 재생방향 및 5대 권역별인 ▲중림동 ▲회현동 ▲서계동 ▲남대문시장 ▲서울역의 발전 방향에 맞춰 실행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계동 일대는 노후주택 리모델링 지원으로 언덕경관 보전 및 주거환경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마중물사업으로 청파공원 재생, 청파언덕 명소화 및 산책로 조성, 우리 동네 가꾸기 시범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중림로 일대는 중림로 보행문화거리 조성사업, 성요셉 문화거리 조성, 손기정 체육공원 진입로 정비, 약현성당내 전망대 및 포토존 조성, 역사문화체험길 조성 등 특화거리를 조성해 걷는 도시 서울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 29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한 봉제사업장 외벽에 걸린 ‘서울로 7017’ 반대 플래카드(왼쪽), 29일 한가한 모습의 염천교 수제화 거리(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러나 ‘서울로 7017’ 결정 당시 강하게 반발했던 봉제업자와 염천교 수제화 거리 상인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20여년간 서계동에서 봉제업을 하고 있는 문모(47)씨는 “동대문에서 대부분 일을 받아 오는데 고가가 막히는 바람에 일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반대 했지만, 우리 목소리는 반영돼지 않았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냥 포기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어 “웬만한 봉제사업장은 이미 신당동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기호 서울역 염천교 상우회 회장(미래제화 대표)는 “서울역 고가 폐쇄로 교통량이 늘어 소음, 미세먼지, 주차난 등 피해가 많다. 주차할 곳이 없다보니 거래처가 다 끊겼다”며 “여기가 100년이 넘은 정말 최초의 수제화 거리인데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인지 서울시가 도시재생을 이야기하면서도 우리의 이야기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가게 문을 닫고 수제화 상인들의 의견이 담긴 제안서를 들고 서울시와 중구청 등을 쫓아다녔지만, 듣는 척만 하고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우리에게 서울역 고가 개방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지금은 그냥 다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제화 거리가 시작되는 염천교 앞에 ‘염천교 수제화 거리’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서 있었지만, 먼지가 뿌옇게 쌓여 글씨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수제화 가게 상인들은 데스크에 앉아 졸고 있거나, 무기력한 모습으로 길거리를 내다보고 있었다.

볼멘소리는 서울역 고가 주변 거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40여년 동안 서계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73)씨는 “구릉지(산지와 평지의 중간 형태를 갖는 지형)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 2004년부터 재개발 논의가 시작됐는데 서울역 고가가 갑자기 진행되면서 도시재생이란 이름 위에 재개발이 얹혀가는 꼴이 됐다”며 “15년 동안 완전 재개발만을 기다려온 주민들에게 서울시가 노후주택 리모델링을 얘기한다. 길도 제대로 안 나 있는 이 동네에 누가 집을 다시 짓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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