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합창단. (제공: 세종문화회관)

영웅이었던 인물의 고통스러운 삶
‘합창 명곡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구약성경 사사기에 기록된 괴력을 가진 사나이로 묘사된 삼손의 이야기를 담은 헨델 오라토리오 ‘삼손(Oratorio Samson, HWV57)’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관객을 맞는다. 시인 존 밀턴의 시 ‘투사 삼손’에 기초해 작곡된 3막으로 구성된 오라토리오다.

오라토리오는 17∼18세기에 가장 성행했던 대규모의 종교적 극음악이다. 헨델의 오라토리오는 성서의 내용을 다뤘지만 종교적 메시지 외에도 인물의 영웅성, 사건에 담긴 역사적 의미들을 음악으로 풍부하게 표현해 명곡으로 추앙받고 있다.

헨델은 1741년 9월 14일 메시아를 마친 직후 작곡을 시작해 1741년 10월에 ‘삼손’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헨델의 작곡한 곡 중 극적인 내용을 다룬 작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오라토리오 ‘삼손’ 역시 한 영웅적 인물의 고통과 극복, 그리고 승리를 음악으로 그려냈다.

대표곡인 ‘빛나는 세라핌 (Let the bright seraphim)’은 조수미, 신영옥 등 국내 유명 성악가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소프라노 ‘키리 데 카니와(Kiri Te Kanawa)’가 영국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 축가로 불러 더욱 유명해진 아름다운 곡이다. 마치 트럼펫과 소프라노가 서로 경쟁하는 듯 번갈아 표현하는 기교를 감상할 수 있다.

‘삼손’의 이야기는 구약성서 중 역사서인 사사기에 등장한다.

▲ 헨델

사사기는 이스라엘인들이 가나안에 정착한 시대부터 최초의 왕 사울이 탄생한 시대에 이르기까지 약 300년간의 기록이다. 출애굽을 진두지휘한 지도자 모세가 죽고, 가나안 정복을 이끈 여호수아도 죽자 이스라엘은 급속히 이방문화와 가중한 죄악에 젖어 들어갔다. 이스라엘인들은 우상들을 숭배하기 시작했고, 신은 이방 민족을 동원해 그들을 응징했다. 그리고 고통 중에 이스라엘이 부르짖을 때 신은 여러 사사들을 통해 구원해냈다. 사사기에는 모두 열두 명의 사사가 나오는데 그 중 한 명이 삼손이다.

‘삼손’은 구약시대 신정통치기간 중 유대를 이끌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주변 블레셋인들과의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낸 유명한 장수다. 하느님은 그의 힘의 원천이 머리카락 7가닥에서 나온다는 점을 알리고, 머리카락을 자르지 말라 명했다. 그러나 블레셋인에게 돈을 받은 여인 데릴라의 유혹에 빠져 삼손은 자신의 힘의 원천이 머리카락이라고 알렸고, 머리카락을 잘리게 된 삼손은 힘을 잃게 된다. 적들에게 사로잡힌 삼손은 두 눈이 뽑혔고, 옥에서 맷돌을 갈게 됐다. 블레셋군인들은 삼손을 희롱하고자 옥에서 꺼내 재주를 부리게 하려고 두 기둥에 세웠고, 삼손은 하느님께 다시 한 번 간구해 힘을 얻어 두 기둥을 무너뜨려 수천명의 블레셋인들을 죽이고 그도 죽게 된다.

헨델 오라토리오 ‘삼손’은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합창단(단장 김명엽)이 오는 4월 20~21일 이틀간 세종체임버홀에서 연주한다. 서울시합창단은 작품성, 예술성에 비해 국내 연주가 흔치 않은 작품들을 선정해 ‘합창 명곡 시리즈’로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무대에 올려 왔는데 이번 공연은 그 동안 연주했던 ‘이집트의 이스라엘인’ ‘유다스 마카베우스’ ‘솔로몬’ ‘알렉산더의 향연’에 이은 다섯 번째 무대다.

스토리는 주인공인 삼손과 그의 아버지 마노아, 친구인 미가와 이스라엘인들과 한때 연인이었던 매혹적인 데릴라, 승자인 블레셋 장수 하라파와 블레셋인 등이 겨루는 다양한 대결로 구성되는데 등장인물 제각기 개성적인 대조를 이룬다.

삼손역에는 서울시합창단 단원 류승각이, 데릴라역에는 최선율이 노래하며 그 외 서울시합창단의 단원들이 각 인물의 특성을 살린 솔리스트로 활약한다. 
 

▲ 헨델 오라토리오 ‘삼손’ 포스터. (제공: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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