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드디어 북한의 6차 핵실험이 눈앞에 다가온 것 같다. 트럼프 정권의 등장으로 김정은 정권이 자제할 것이란 당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벌써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새로 개발된 장거리로켓 지상실험을 강행하고, 나아가 이복형 김정남을 백주에 암살하는 등 김정은 정권의 행동에는 아무런 거침이 없어 보인다. 결국 김정남은 미국의 트럼프 정권 앞에 낮은 자세보다는 강 대 강 자세를 취함으로써 주저하는 군과 당의 엘리트들을 확실하게 장악하려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언제든지 6차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익명의 미국 관리 2명을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최근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최근 몇 주 동안 이 핵실험장에서는 차량과 인력, 장비를 포함해 대규모의 움직임과 굴착 작업 중인 2개의 갱도 입구가 관측됐다.

그러나 가장 최근 찍힌 위성사진을 보면 현재 이런 움직임은 멈춘 상태로, 이는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직전 때와 비슷한 양상의 변화라고 이 관리들을 설명했다. 또 이런 징후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곧 6차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폭스뉴스도 지난 23일 북한의 추가 핵실험 정보를 입수한 미 국방당국자를 인용해 “핵실험이 이르면 이달 말 실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도 최근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해 풍계리 핵실험장의 북쪽 갱도 입구에서 상당한 규모의 굴착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며칠 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잇따른 미국 언론의 보도와 관련, 한국군 측도 북한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이번 달에 핵실험을 한다면 지난해 9월 9일 이후 6개월 만이다.

북한은 과거 3년 안팎의 주기로 핵실험을 벌였지만, 지난해 1월 6일과 9월 9일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3년 주기설’은 이미 무의미해진 셈이다. 핵무기가 마감단계에서 완성돼 가는 현 시점에서 주기를 지킬 이유도, 필요도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은 미·중 갈등과 사드를 둘러싼 한·중 갈등의 와중에서 6차 핵실험을 단행해 비공식 핵보유 국가를 선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오는 4월 11일 소집이 공고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핵보유 국가 선언을 의제로 올리는 문제도 북한은 고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란 명분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곧 미국이 자신들을 정밀타격하거나 참수작전을 감행한다면 북한은 거기에 대응할 아무런 물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빨리 6차 핵실험을 단행해 핵무기의 완성을 선언하고 “당신들이 우리를 건드리면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주변국들과 갈등하는 와중에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면서 외교적으로도 어부지리를 얻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이용해 경제를 개혁하는 노정에 돌입하고자 하는 내부적 계산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북한의 계산이 순리적으로 완성되리란 생각은 오해일 수 있다. 미국이 그렇게 가만 놔둘 리도 만무하고 국제사회 역시 침묵하지도 않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인류의 핵무장이 제3차 대전을 방지하고 있다는 학설이 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도 우리 한국이 전술핵 배치를 하든, 핵무기를 개발하든 한반도에서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제2의 한국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사드배치를 완료하는 순간 북한은 다시 SLBM을 개발해 미사일 고고도방어체계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애초에 남한에도 완벽한 핵무장이 있어야 김정은 정권이 아예 핵무기 사용을 자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가 일장춘몽으로 끝난 오늘의 상황에서도 중국은 ‘6자 회담’을 운운하는가 하면, 미국 역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면서도 뾰족한 방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북한을 겁주는 고위층의 몇 마디 말이 전부다. 과연 이와 같은 느슨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6차 핵실험이 진행된 뒤에도 계속 이어질지 관심사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대선후보들은 이런 절박한 안보현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오늘도 표를 찾아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비공식 핵보유국 북한을 관리할 수 없는 자 아예 대통령 자리를 넘보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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