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새로운 학년을 맞아서 혹은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아이들은 종종 스트레스를 경험하곤 한다. 학업의 난이도가 높아지거나 새로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등이 흔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스트레스에 의해 어떤 아이는 눈을 깜빡거린다든지, 코를 찡긋거린다든지, 얼굴을 찌푸린다든지 하는 행동을 보이고, 또 어떤 아이는 “킁킁” “음음” 하는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틱(tic)이라고 한다. 틱(tic)이란 급작스럽고 반복적으로 근육이 수축하는 것을 말하는데, 흔히 버릇으로 잘못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수의적으로 이루어지며, 리듬이 없고 목적을 띠지 않는다. 다만 겉으로 보이기에는 다소 의도적이거나 또는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틱을 보고나서 아이에게 “나쁜 버릇을 빨리 고치라”고 다그치거나 야단을 치는 경우가 흔하다.

틱은 운동 틱과 음성 틱으로 크게 나뉜다. 운동 틱은 눈을 깜빡거린다든지, 코를 찡긋거린다든지, 고개를 뒤로 젖힌다든지, 팔다리를 들어 올린다든지, 얼굴을 찡그린다든지 하는 등의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음성 틱은 “킁킁” “음음” 하는 소리를 낸다든지, 헛기침을 자주 한다든지, 한숨을 쉰다든지, 목청을 가다듬는다든지, 욕설이나 특정 단어를 반복해서 말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역학조사에 의하면 전체 아동의 약 12%가 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질병으로 분류되는 틱 장애로 진단내릴 수 있는 경우는 전체 인구의 1~2% 정도다. 틱 장애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바 없으나 여러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유전적 성향이 강하며,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의 한 종류)이 두뇌의 전두엽-기저핵-시상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회로에서 이상 작용을 보이는 증거들이 보고되고 있다. 틱이 발견되면 아동의 기능, 증상의 범위, 장애의 유형과 정도, 현재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 발달력, 가족 문제, 학교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틱은 대개 4주 미만의 기간 동안 나타나면 특별히 질병으로 취급하지 않고 저절로 없어지기를 기대하지만, 4주 이상 지속되면 일과성 틱 장애로 분류돼 평가 및 치료를 요한다. 1년 이상 지속되면 만성 틱 장애로 진단 내리며, 특히 운동 틱과 음성 틱이 동시에 또는 교대로 나타나서 1년 이상 지속되면 뚜렛 장애로 진단이 된다. 틱(tic)의 심한 형태인 뚜렛 장애는 평균적으로 7세를 전후해서 발병하지만, 간혹 2세의 매우 어린 연령에서 관찰되기도 한다. 틱이 발생하기 이전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선행하는 경우가 많고, 반면에 강박증상은 틱보다 나중에 나타난다. 틱 증상의 경과는 개인마다 서로 다르지만, 대개 사춘기 초기에 가장 심했다가 사춘기 후반에서 초기 성인기까지 증상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추적연구에 따르면 25%의 환자만이 성인기까지 증상을 나타낸다. 국내연구에 의하면 일과성 틱 장애 환자의 50%가 증상이 완전히 소실됐고, 나머지 환자는 만성 틱 장애로 발전했다. 또한 틱을 보이는 환자의 3분의 2가 사춘기에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틱의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틱 자체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뿐 아니라 동반되는 정신 병리를 치료하고, 발달과제를 이루게끔 하며, 가정이나 학교 또는 사회에서의 적응 능력을 키워주는 것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우선 환자와 가족에게 질병을 이해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상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 틱이 어느 정도 심해지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좌절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틱 자체는 약물치료로 상당 부분 호전된다. 아빌리파이, 리스페리돈, 할로페리돌, 피모지드, 클로나제팜, 노어트립틸린, 이미프라민 등의 여러 약제가 사용된다. 그밖에 행동치료, 정신(심리)치료, 놀이치료, 음악치료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틱을 보인다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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