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신종플루 예방하는 데 비타민 C가 좋다’ ‘누구나 필요한 비타민 D’ ‘빈혈 예방, 비타민 B12 필요’와 같은 뉴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비타민이 우리 일상에서 건강 상식의 울타리 안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으나 비타민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단편적이며 편향적인 경우가 많다.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 공급원은 아니지만 에너지대사 과정에 필수적인 물질로 섭취가 부족하면 결핍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비타민은 세포분열을 통한 성장, 상처 치유, 피부의 탄력 유지, 시력 보호, 혈액 응고 등과 같은 우리 몸의 주요 기능에 작용하기 때문에 섭취가 부족해지면 정상적인 성장과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비타민은 어떻게 발견돼 우리 일상에 다가오게 된 것일까.

비타민(Vitamins)은 3대 영양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나 칼슘, 철분 등과 같은 무기염류와 같은 몸의 구성 성분은 아니지만 생리작용의 조절에 꼭 필요한 유기물이다. 비타민은 호르몬(Hormone)처럼 미량으로 몸의 주요 기능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호르몬이 신체의 내분비기관에서 합성돼 공급되는 데 비해 비타민은 세포에서 합성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물로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물질에 대한 관심은 1490년대의 대서양 횡단 항해 시부터 시작됐지만, ‘비티민의 개척자’는 1747년에 항해 중 수병들에게 발생하는 괴혈병이 특정 영양분이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임을 발견한 영국의 해군 군의관 린드(Lind)로 알려져 있다. 린드는 1753년에 항해 중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선한 녹색채소를 먹으면 괴혈병 치료가 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과학적 사실들이 연구의 초반기에 무시당한 것처럼 린드의 제안도 당시 유럽의 의사들이나 과학자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다. 특히 1860년대에는 파스퇴르가 제안한 ‘세균이 모든 질환의 원인’이라는 통념이 유럽과 미국의 과학자나 의사들에게 풍미하고 있어 비타민 부족증인 괴혈병이나 각기병도 병원균 때문인 것으로 여겨졌었다.

린드의 발표 후 150년이나 지난 1906년에 영국의 생화학자 홉킨스(Hopkins)는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물에 함유량은 매우 적지만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그 물질은 우리 몸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섭취가 부족할 경우 특정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보고했다. 1907년에는 에이크만(Eijkman)이 쌀겨를 담가 녹인 물속에 각기병 회복 물질이 들어있음을 밝혀냈다.

1912년에 폴란드의 생화학자 풍크(Funk)는 각기병 예방 효과를 지닌 물질인 티아민(Thiamine)에서 질소 함유 유기물 지칭하는 ‘아민(-amine)’ 앞에 ‘생명’을 뜻하는 ‘vita’를 조합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의미를 담은 ‘Vitamine(vita+amine)’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그 후의 연구에서 모든 비타민이 아민을 함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1920년에 비타민의 명칭이 -amine에서 ‘e’를 떼어낸 ‘Vitamin’으로 정해졌다.

1913년에 미국의 화학자 맥콜럼(McCollum)이 비타민 중 지용성(脂溶性) 물질을 비타민 A로, 수용성(水溶性) 물질은 비타민 B로 지칭하며 비타민의 이름이 발견 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명명되기 시작했다. 1920년에 드라몬드(Drummond)는 괴혈병의 예방물질이 비타민 B와는 다른 수용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며 비타민 C로 명명했다. 같은 해에 비타민 A와 B를 처음으로 구분해 명명한 맥콜럼은 곱추병의 예방 효과를 지닌 지용성 물질을 발견해 비타민 D로 명명했고, 1922년에는 비타민 A나 D와 다른 특성을 지닌 지용성 물질이 발견돼 비타민 E로 명명됐다.

1929년 덴마크의 담(Dam)은 특정 지방 물질의 섭취가 부족할 경우 혈액응고가 정상보다 느리게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 물질의 이름을 덴마크어로 ‘응고(凝固)’를 나타내는 말인 ‘Koagulation’의 첫 글자를 따서 알파벳상으로 가장 뒤인 비타민 K로 명명했다. 비타민 K 발견 후 B5(1931년), B6(1934년), B9(1941년) 등도 발견됐는데, 이들은 모두 합쳐 비타민 B복합체(Complex)로 명명되고 있다.

비타민의 중요성이 높게 인식되기 시작하며, 비타민 연구에 공헌한 많은 학자들에게 노벨상이 수여됐다. 1929년에 에이크만은 ‘신경치료 비타민’ 연구 업적으로 ‘성장 자극 비타민’을 발견한 홉킨스와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1943년에는 담 박사는 비타민 K를 발견한 업적으로 비타민 K를 분리한 도이지(Doisy) 박사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1964년에는 호지킨(Hodgkin) 여사가 비타민 B12의 구조를 밝혀낸 업적으로 여성으로는 다섯 번째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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