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독도에 대한 일본의 탐욕은 본색이 노골화되면서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거짓을 기재하더니 최근에는 하도야마 총리까지 ‘그것이 일본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기자들의 질문에 서슴없이 대답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일본은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독도가 저희들 땅이라는 ‘황당한 거짓의 노래’를 한목소리로 불러댈 수 있게 됐다. 그런다고 독도가 저희 땅이 되지는 아니할 것이지만 이런 결과가 초래할 한일관계의 장래는 참으로 암울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역사는 이웃에 대한 해코지의 역사다. 노략질과 침략으로 일관한 역사다. 거짓의 역사다. 삼국시대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일 수도 있다. 왜구(倭寇)들을 앞세운 노략질로 한국과 중국을 엄청나게 괴롭혀 왔다. 조선(朝鮮)조 선조 때는 임진왜란을 일으키고, 1910년엔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했다. 1931년에는 만주사변으로 만주를 먹어치우고 1937년에는 중일전쟁을 일으켜 대륙을 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넣었다. 급기야 1941년엔 하와이 진주만(Pearl Harbor)을 습격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다. 선전포고 없이 저지른 비겁한 전쟁들이다. 이처럼 일본은 힘이 좀 있다 싶을 때는 영락없이 해코지와 침략의 근성이 도지고 그것을 전쟁 도발로 실현하는 망동(妄動)을 계속해왔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거짓을 수록한 데 이어 총리까지 나서 독도에 대한 야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사태를 절대로 예삿일로 보아 넘길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단군(檀君)신화가 있듯이 민족마다 나라마다 건국신화는 있게 마련이다. 신화는 그야말로 신화일 뿐이지 꼭 사실과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신화를 가르칠 때는 신화라는 것을 분명히 전제하고서 가르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일본 초등학교 검정 교과서 중에는 그 같은 전제 없이 일본의 왕이, 그들 말대로 천황이 ‘신의 자손’이라고 마치 그것을 엄연한 사실로 단정하듯이 기술해놓았다. 뿐만 아니라 ‘일본 왕의 세상 통치가 영원히 이어지기를 기원’ 한다는 내용의 ‘기미가요’도 실었다. 남들이 웃거나 말거나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독도가 자기들 땅이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짓인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신의 자손설’과 ‘기미가요’는 과거 일본 군국주의의 교조적(敎條的)인 추동력(推動力)이었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그들의 국가 의식(意識)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음험한 증거다. 동시에 국제 정세의 큰 흐름인 이웃 나라와의 선린관계나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반란을 기도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일본은 개략적인 통계상으로는 중국의 추격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에서 차지하는 명실상부하게 막강한 그들의 경제적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고 믿어진다. 그들은 그런 경제력을 배경으로 슬금슬금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가공할 첨단해상 전력 및 잠수함 전력을 구축해놓았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일본의 우리 땅 독도에 대한 야욕의 순차적인 구체화를 미지근한 대응으로 넘어가고 또 넘어가고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들의 국력을 볼 때 약탈과 침략의 본성과 근성이 도지고 이웃에 해코지 하려 할 때가 됐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자신들이 도발한 태평양 전쟁에서 미군의 도쿄 대공습이나 함선의 침몰 같은 사례를 들어 자신들이 입은 피해에 무게를 두고 강조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마치 복수심을 심어주려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에 대한 또 다른 증거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 행한 헤아리기도 어려운 수탈과 죄행(罪行)도 축소해 기술하고 있다. 그것도 그러하다. 이런 것들이 빚어낼 일본의 장차의 망동을 더 늦기 전에 이쯤해서 확실하고 단호하게 쐐기를 박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은 너무 못 믿을 나라다. 힘이 없으면 먹힌다.

삼국통일을 이루어낸 신라 문무왕은 죽을 때 주검을 화장해서 동해바다에 장사지내 줄 것을 유언했다. 그렇게 하면 ‘호국 룡(護國龍)이 되어 왜구의 침탈을 막아 내겠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지금은 모두가 문무왕의 유지(遺志)를 가슴에 새롭게 새겨 두어야 할 때 같다. 일본은 왜구의 노략질로부터 임진왜란, 정유재란, 일제강점을 통해 우리의 숱한 재산과 인명을 빼앗아 갔다. 귀중한 문화재와 값진 보물을 훔쳐갔으며 호랑이의 씨를 말렸다. 심지어 도공(陶工)들을 납치해 가고 태평양 전쟁 때엔 꽃다운 여인들을 정신대로 끌고 갔으며 징병, 징용으로 저들의 군사자원과 노역에 충당했다. 일본은 이에 대해 진실로 사죄하는 대신 항상 야욕을 숨기고 어물쩍 넘어갔다. 이제 그 숨긴 야욕을 드러내놓고 독도를 내놓으라고 한다. 이래도 통과의례에 불과한 녹슨 ‘조용한 외교’로 우리 정부는 이 날강도 짓에 또 한 번 미지근하게 대응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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